땡그랑 태국 원정기

1. 낯선 곳으로

by 글마중 김범순

인천 공항 제1 터미널


밝은 색감과 흥겨움을 극대화시키는 힘찬 디자인이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고 있다.


오전 4시 25분 인천공항 행 버스를 탔다. 대전 미용장 땡그랑 골프 모임 5박 7일 태국 원정길에 나선 것이다. 실력이 젬병이라 골프는 명분이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목적이다. 이러니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 수밖에.


아침을 먹으러 식당가로 올라갔다.


한국 아니면 볼 수 없는 고품격 담장


식당가 벽면 나무 작품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연상되는 멋진 구조물


아침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아진 짱이 불렀다.


"언니, 여기 찍어!"




하마터면 이렇게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을 그냥 스쳐 지나갈 뻔했다.


면세점 센터에 자리 잡은 한국전통문화센터


금방이라도 신나는 장구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다.


비행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뭉게구름을 보며 고민한다.

6시간 동안 무얼 할까?

타이 항공 기내지를 펼쳤다.



무슨 광고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작품과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강렬한 색상과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홀딱 반한 반지 디자인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지루하고 허리가 아팠다. 한국 영화 한 편을 제대로 감상했다. 제대로 감상한 것 같은데 제목과 주연 배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푸른 바다에 유빙이 떠있는 것 같은 하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하늘 감상도 잠시 뿐. 참으로 시간이 아까웠다. 1월 9일 마감하는 출판지원 원고 접수를 여행 전에 하려고 안간힘 썼지만 끝내하지 못했다. 노트북 가져오지 않은 걸 깊이 후회했다. 할 시간도 없을 것 같고 짐이 많아 거추장스러워서다.


영화 한 편 더 볼까 검색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몹시 지루하다.

아주 지루하다.


공항이 가깝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 말을 들으니 덜 지루한 것 같다.


태국 상공


근 여섯 시간 만에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은은하지만 범상치 않은 작품


평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럿이 함께 이동하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욕심을 내려놓았다. 사진 찍겠다고 나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제때 내리지 못해 넘어져 일행을 불편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워서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태국스러운 작품



권위 상징인가?

아니면 말고!


꿈꾸던 태국 풍경

멀리 있는 저 풍경을 여러 번 찍었다.


공항 밖에는 패키지 여행사에서 보낸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유소에 딸린 화장실에 들렀다. 휴지가 없어 난감했고 물이 철철 넘치는 중국식 화변기도 있어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두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숙소 본부


저녁 먹을 때 망고를 접시 가득 담았다. 집 옆 마트에서는 시들어빠진 맛대가리 없는 망고 두 개를 만원에 판다. 그러니 망고 한을 풀고 가려고 욕심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맛이 없었다.

저 많은 걸 어쩌나?

걱정이 태산 같다.


6·25 전쟁 통에 태어나 음식 남기면 죄받는다는 식문화적 금기에 길들여진 나였다.


짝꿍인 수현 짱이 말했다.

"김치부터 먹으면 한결 맛있을 거예요."

그 말이 맞았다.

남김없이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숙소 앞에서 일행 열여섯이 둘러앉았다. 땡그랑 회원 일부와 상숙 짱 일행이 함께 해서 정식으로 통성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숙소 오는 도중 편의점에서 카트가 넘치게 장을 봤던 상숙 짱이 탁자에 맥주와 안주를 풀었다. 풍성한 파티가 열린 것이다. 혹시 몰라서 맥주 2캔과 햄 한 봉지를 샀던 쪼잔한 씀씀이가 몹시 부끄럽다.


상숙 짱 시누이 남편과 박사장!


초면이지만 유머 넘치는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꼭 남편 후배들을 만난 것 같았다. 막내인 윤정 짱 동생 수정 씨는 만나자마자 좌중을 유쾌하게 만들었고 고매한 인격의 사이좋은 부부도 정겨웠다.


나이는 많지만 아직도 낯을 가려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그런 내가 두 나절도 안 돼 오래전부터 알던 것처럼 친근한 이 마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내일 아침 식사는 6시에 한다.

즐거운 자리가 아쉬웠지만 그만 파해야 했다.


방에 돌아와 수현 짱이 어느 침대를 쓸 거냐고 물었다. 화장을 지우던 나는 뒤를 가리키며 요기라고 했다. 침대 크기가 똑같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달랐고 나는 더블침대를 선택한 것이었다. 수현 짱한테 몹시 미안했다. 어떤 침대 쓸 거냐고 물을 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할 걸 그랬다. 수현 짱이 편의점에서 산 태국 비누로 세누를 했다. 향기도 좋고 여태 써 본 비누 중 세정력이 가장 탁월했다.


세수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던 나는 깜짝 놀랐다. 소형 전기장판 두 개를 구입한 수현 짱이 내 침대에도 깔아놨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배가 시려 사시사철 전기장판을 사용했지만 휴대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몹시 피곤했지만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아 처방받아 온 수면제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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