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태국 원정기

2. 새로운 만남

by 글마중 김범순

<사진 : 김해영 회장님> 숙소 앞에서 기념 촬영


12월 29일 오전 6시 29분


태국에서 맞은 첫날 아침 식사를 마쳤다. 어제저녁보다 훨씬 맛있게 망고를 먹었다. 곧 라운딩 하러 출발한다고 했다. 집에서는 오전 내내 잤는데!


숙소 앞에서 캐디가 카트에 골프가방을 실으며 말했다. 원숭이가 들고 가는 경우가 많으니 가방 단속을 잘하라고. 평소에 잘 쓰지 않았을뿐더러 이른 시간이다 보니 선글라스가 몹시 귀찮았다. 수현 짱이 얼른 받아 카트 기둥에 꽁꽁 묶어 놓은 자기 가방에 넣었다.


첫 홀의 아름다운 경치


흐릿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언제 또 태국에 골프를 치러 오겠는가? 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마음껏 감상하기로 했다.


주렁주렁 열린 코코넛


잠깐이지만 사다리 타고 올라가 코코넛을 따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두꺼운 칼로 여러 번 내리쳐 단단한 윗부분 껍질을 벗기고 그대로 마시면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을까?


우리 팀 차례가 되었다.

회장님 부군! 회장님! 수현 짱! 그리고 나!

셋의 공이 허공을 가르고 아득히 날아갔다. 속이 뻥 뚫렸다.


나의 첫 드라이버 스윙은 헛손질이었고 간신히 맞은 공은 코앞에 떨어졌다. 근 한 달 결석하긴 했지만 연습장에서 스크린 게임할 때 이 정도까지 심각하지는 않었다. 젠장! 욕심이 푸그르르 끓어오르다 금방 평정을 찾았다. 필드 경험이 많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잖아!


영화에 나옴직한 신기한 나무둥치


열대 몬순 기후에서 자란 독특한 대나무


태국은 11월에서 2월까지 기온이 낮은 건기라고 했다.


한낮 온도가 30도 인데도 습도가 낮아서 그런지 그늘에만 들어가면 우리나라 시월처럼 쾌적하고 시원했다. 게다가 카트를 타고 드넓고 아름다운 잔디밭을 달리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공을 띄우지 못해 어깨가 아프도록 땅을 파고 소만 몰아도 눈앞에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잃었다.



차례를 건너뛰면서 찍은 예쁜 꽃들


흔히 보아왔던 꽃도 있었지만 12월 말 우리나라는 동토의 겨울이라 더 신기한 것 같았다.



목을 길게 빼고 살펴봤지만 원숭이는 없었다. 불교 국가답게 목탁 치는 소리를 내는 새만이 지치지 않고 울어댈 뿐이었다.


오전 라운딩을 끝내고 점심 먹으러 숙소 본부로 갈 때 캐디가 또 주의를 줬다. 원숭이가 가져갈지 모르니까 카트에서 내릴 때 가방을 꼭 챙겨 가라고. 수현 짱이 꽁꽁 잡아 맨 가방 끄르기 귀찮다며 지갑만 꺼냈다. 캐디 둘이 카트를 몰고 멀어졌다.


점심 식사 후 햇볕이 눈부셔 수현 짱과 카트에 묶여 있는 수현 짱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이럴 수가! 내 것이 없어졌다. 선글라스 세 개 중 아들이 선물한 가장 아끼는 걸 잃어버린 것이다. 점심 먹으러 갈 때 꺼낼걸. 때늦은 후회였다.


부겐베리아 꽃과 두 줄기 햇살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일어나는 일희일비형 인간이라 고새 선글라스는 까맣게 잊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시진을 찍었다.


캐디가 원숭이라고 소리쳤다.

"어디? 어디?"



와, 원숭이다!

몸집이 작은 롭부리 원숭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이라 굉장히 신기했다.



여기도 원숭이 저기도 원숭이



눈에 띄는 건 몇 마리에 지나지 않지만 나무 위에는 굉장히 많은 원숭이가 있었다.



오전 오후 36홀 라운딩을 모두 끝냈다.


본부에 선글라스 잃어버린 걸 말했다.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투숙객에게 주의를 주라고 강조했다.


저녁식사 후에 모두 모여 다음날 팀을 구성했다. 상숙 짱 시누이 남편과 박사장의 유머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만남이 이토록 즐거울 수도 있었다.


지난밤 4시간밖에 못 자서 수면제 두 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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