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는 그림으로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보았다
그림과 마음(빈센트 반 고흐의 심리)
- 니체의 위버맨시(초인)와 같이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어 勝者가 되었다 -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가 자신의 귀를 자른(1988년 12월 23일) 후
그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1989년 1월>을 보면 그림 그릴 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혹자들은 고흐의 생애 중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피폐한 상태라고 평가하였는데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가장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였다고 본다.
고흐는 생전에 자화상을 40여 점 그렸는데 그림마다 자신의 마음상태가 표현되어 있다.
귀를 자르기 전의 자화상을 보면 하나같이 못생기고 수염이 많이 나있는 얼굴이지만
귀를 자르고 나서의 자화상을 보면 수염이 없다. 그리고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하다.
면도를 깔끔하게 했고 눈을 보면 마음을 다 내려놓았을 때의 평온함이 있고 표정도 어둠이 없다.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1989년 1월>을 보면 담배연기까지 그릴 정도로
더욱 여유가 느껴진다. 나는 고흐의 일생을 귀를 자르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자르기 전에는 예술적 고뇌와 불안감,
생계문제까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것과 같은 심리상태였었다면
자른 후의 마음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불교에서 말하는 下心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내가 그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고흐가 10년 동안 독학으로 공부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죽기 직전인 2년 전 고흐의 화풍이 완성되었고 1년 전 자신의 화풍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본다.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그림마다 자신의 심리상태가 다 드러나 있다.
1988년 크리스마스 이전에 그렸던 자화상들은 하나같이 못나고 찡그린 수염이 많이 자라 있는 그림들이었다. 수염은 마음의 찌꺼기이고 못남은 열패감이었을 거다.
일설에 의하면 고흐는 압생트라고 하는 70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술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압생트는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작용을 하는 증상도 나타낸다고 하는데
고흐뿐 아니라 고갱, 피카소, 랭보, 보들레오, 모파상 등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마신 걸로 봐서
창작활동에 일정 부분 영감을 주었기에 다들 즐겼을 거다.
압생트 술에 취하면 무아지경의 마취상태가 되고 전혀 痛覺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다음날 본인이 귀를 자른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이후 1889년 5월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하여
1년 동안 대작 5편을 그렸으며 이틀에 한 점씩 그림을 그릴 정도로 창작열이 왕성하였다.
고흐는 어느 정도 작업을 마친 후에야 생을 내려놓았다.
사실 이런 죽음에 대한 마음은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을 그릴 때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흐는 10년 동안 총 15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생전에 돈을 받고 판 그림은 <붉은색 포도밭> 한 점뿐이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그린 그림이
세계 100대 명화 중 5점이나 나왔다. 마지막 1년 동안의 대작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고흐는 당대에는 알아주지 않았지만 자신은 예술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였다고 본다.
고흐는 그림으로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보았다.
고흐는 인생을 실패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완성을 통해 자기만족을 하고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패자이지만 정신세계에서는 자기 생을 자기가 결정하는
니체의 위버맨시(초인)와 같이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거두어 勝者가 되었다.
2025-5-31
풍초 김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