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화 감상평

BTS의 노래가사가 훨씬 은유적이고 예술적이며 시대적이다

by 풍초김해수



'기생충' 메인



기생충 영화를 관람했다.

매스컴에서 떠들기도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작품의 예술성을 어느 정도 예단하고 갔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고 소수의 관점이긴 하지만...


영화는 무직가족 4명이 우연한 기회에 엉뚱한 계획을 가지고 상류층 집안에 식객으로 들어앉는

좀은 억지스럽지만 재기 발랄하고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조였었다고 이해하고 전반부를 재미있게 관람했다.


'기생충' 가족




문제는 후반부인데 각자 다른 역할로 박사장네 집에 들어가 있던 기우(최우식)의 가족들이 박사장네 가족이 캠핑을 떠난 뒤 술을 내어 마시며 잠시 상류층 놀이에 빠져있던 중에 뜬금없이


전가정부 문광(이정은)이 빗속에 찾아오면서부터 반전이 시작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영화가 갑자기 괴기스러운 누아르 살인범죄영화로 장르가 바뀐다.




감독은 지금부터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라는 것을 펼쳐 보이는데 바쁜 폭우와 여유로운 폭우,


주인이 나타났을 때 바퀴벌레처럼 상 밑으로 숨는 장면,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언덕이나 계단들,


어둡고 침침한 지하실, 반 지하 창문으로 보는 풍경과 박사장네 거실에서 보는 정원풍경의 대비,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지하냄새와 지하철냄새,


기택의 '계획이 없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말이나 수석 등, 군데마다 은유와 상징성은 훌륭하고 피카소 그림처럼 숨어있는 그림에서 의도 찾기에 골몰하다 보면 어느 듯 2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너무 무겁고 그로데스크 하다. 남의 집 지하실에 전 가정부의 남편이 몇 달씩 숨어산 다는 설정도 현실감이 떨어지고 뚱딴지같지만 한 가족이 남의 가정에 각자 신분을 속인 채 4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설정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너무 작위적이고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돈 많은 죄 말고는 착하고 때론 맹하기만 한 주인을 칼로 찔러서 죽이는 장면도 도저히 몰입이 되지 않았다. 왜 그 가족은 불행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서민들 냄새를 싫어한다는 박사장은 도덕적으로는 비웃을 수 있어도 왜 그것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빈부의 문제를 들여다봤다고 하기엔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다.


차라리 BTS의 노래가사가 훨씬 은유적이고 예술적이며 시대적이다.





'기생충' 대문 앞 언덕



'기생충' 서민 주택가 계단



봉준호감독은 가난한 자들을 기생충에 비유하여 구조적 역설을 표현하려 하였다.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메타포와 장치들은 부와 빈의 대물림을 보여주고 기생충들로 하여금 신분상승이 불가능한 사회구조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피아를 모르고 물고 뜯는 기생충들끼리의 생존경쟁구조를 질타하면서 사회저변 층의 자각과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의도는 충분히 읽히지만 그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설정이나 장치들은 다소 무리하고 억지스럽다.

그리고 2시간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것을 표현하려 하다 보니 극의 흐름이 끊기고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했다.


봉준호라는 작가가 감독으로서 표현하려 했던 메시지는 너무 강하게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좀은 전위적이고 보편적이지도 않다.




외눈박이사람들만 사는 동네에서는 눈이 두 개인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놀린다고 한다. 기생충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으면서도 한쪽으론 불편한 마음이 있었던 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설정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도 없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렇지만 영화 전문가들이 출품작 중엔 제일 잘된 영화라고 황금종려상을 주었을 텐데 내가 보기엔 의도에 맞춘 억지스러움이 영화전체의 몰입도를 반감시키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도 오스카수상 중계영상을 보면서 환호를 크게 질렀는데 어쩔 수 없는 속물스러움과 애국심(?)이 발동했었던 것 같다.




2019-6-9

풍초김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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