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전 : 숨으로 통하던 날들

말이 생기기 전,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했을까

by Don Shin

불은 아직 이름이 없었다.

뜨겁다는 말도, 위험하다는 경고도 없던 시절.

붉은 기운 하나가 살을 스칠 때, 우리는 그것을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그저 몸이 먼저 반응했고, 소리보다 빠르게 깊숙이 퍼지는 감각으로 알아차렸을 뿐이다.


빛은 방향이었고,

떨림은 동의였으며,

멈춤은 거절이었다.


손끝의 온기가 말보다 먼저 세계를 건넜고,

이마를 맞댄 두 존재는 서로의 숨을 통해 두려움을 조금씩 벗겨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늘 그렇게, 몸을 통해 먼저 전달되었다.


하늘을 가리킨 손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 때,

누군가는 그것을 ‘끝’이라 느꼈고

또 누군가는 ‘다음’을 기다리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울음으로 열린 생의 끝자락에 작은 불씨 하나,

그 불씨는 말 대신 다음 숨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 난 손이 조심스레 내밀어질 때,

다른 몸은 무릎을 접고 가까이 다가왔다.

설명도, 질문도 없이

그저 피부의 결을 따라 천천히 어루만졌다.


갈증은 침묵 속에서 피어났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공기들이 몸속에 쌓일수록

감각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고단한 몸 곁에 또 다른 숨결이 포개져 눕는 순간,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문장이었다.


밤은 입을 다문 신처럼 고요했고,

별들은 그 눈동자 같았다.

작은 불빛 하나가 몸 깊은 울음을 비출 때,

우리는 그것을 위로라 부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슬픔은 굽은 등을 타고 체온의 떨림으로 번졌고,

사랑은 누군가의 궤도를 따라 몸을 조정하는 일이었다.

거짓은 고개를 돌리는 습관이었고,

진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존재들은 서로의 리듬을 따라 흘렀다.

심장의 박동이 문장을 대신했고,

숨의 속도가 감정의 깊이를 결정했다.


비와 바람을 흉내 낸 숨결,

그것이 우리가 가졌던 최초의 언어였다.

이름 없는 것들이 말보다 오래, 더 깊이 서로를 건넜다.


말이 세상을 고정하기 전,

숨은 방향 없이 떠돌았고

몸짓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장이었다.

생각은 아직 그릇을 찾지 못한 울림이었고,

시는 개념이 아니라 호흡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말보다 오래 남은 숨이다.

우리가 잊어버린 최초의 문장.


세상은 원래부터 시를 쓰고 있었고,

우리는 그 위에 단어를 덧붙였을 뿐이다.


지금도 시는,

설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숨이 다른 숨에 닿는 순간,

말 없이 먼저 도착하는 그 감각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언어 이전 : 숨으로 통하던 날들>


불은

아직 개념이 아니었다.

붉은 숨 한 점이

살을 스치며

소리보다 먼저

깊숙이 번졌다.


빛은

방향이었고,

떨림은 동의,

멈춤은 거절.

손끝의 온기가

말보다 먼저

세계를 건넜다.


이마를 맞댄 두 존재,

낯선 숨을 나누며

두려움의 껍질을

천천히 벗겼다.


하늘을 가리킨 손 아래

그림자는 길게 뻗었고,

울음으로 열린 생의 끝자락에

작은 불씨 하나,

다음 숨을 기다렸다.


상처 난 손이

조심스레 내밀어질 때,

다른 몸은

무릎을 접고

피부의 결을 따라

말없이 어루만졌다.


갈증은

침묵 속에서 피어났다.

몸속에 쌓인 미세한 공기,

내면의 고요함이

감각을 더 선명하게 했다.


고단한 몸 곁에

또 다른 숨결이

포개져 눕혔다.


밤은

입을 다문 신,

별들은 그 눈동자.

작은 불빛 하나가

몸 깊은 울음을

따뜻하게 비췄다.


그림자들은

이야기의 살이 되어

서로의 결을 따라

조용히 흘렀다.


슬픔은 굽은 등을 타고

체온의 떨림으로 번졌고,

사랑은 몸의 궤도를 따라 하는 것.

거짓은 눈을 피하는 습관이었다.


‘나’가 없던 시절,

존재들은

서로의 리듬을 따라 흘렀고,

심장의 맥박이

문장을 대신했다.


비와 바람을 흉내 낸 숨결,

그것이

우리 최초의 언어였다.


이름 없던 것들이

말보다 오래,

더 깊이

서로를 건넜다.


말이

세상을 고정하기 전,

숨은

방향 없이 떠돌았고,

몸짓은

그 자체로 문장이었다.


생각은

아직 그릇을 찾지 못한

울림.


말보다 오래 남은 숨,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최초의 문장.


세상은,

말의 입을 빌기 전

숨으로

우리보다 먼저

시를 쓰고 있었다.


지금도,

시는

말 없이 건네는

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