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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달 Feb 23. 2024

칭찬의 미학

칭찬과 아첨의 차이

오전 6시. 평소에 눈을 뜨는 시간이다. 5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자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20분을 뒤척이다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시작한다. 찬물 한잔 마시고, 욕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신이 맑아진다. 집을 나서기까지 약 15분 정도 여유가 있다. 


'정신도 들었겠다, 시간도 있겠다, 짬 내서 책 읽기 딱 좋은 타이밍인걸.' 


거실테이블에 읽다만 책을 자연스레 집어 들었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번생을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틈이 나는 대로 책을 읽는 게 언제부턴가 습관이 되어서, 예전에는 한 번을 읽더라도 여러 권을 사서 읽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책을 사서 읽는 횟수보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렇게 요즘 빠져서 읽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다소 딱딱한 제목 때문이었을까.

한창 책을 사서 볼 때마저도, 잠깐 들춰보기조차 부담되는 책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거실이나 머리맡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는다.


'상대방의 진가를 진심으로 인정해 줄 때, 이토록 대단한 힘이 발휘된다.'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가며 책 속에서 정리해 준 이 한마디가, 뻔할 법도 하지만 신선하게도 다가온다.

어느덧 출근시간이 되어, 집을 나서면서 데일카네기의 조언을 곱씹어본다.

'회사후배한테 이 방법을 한번 써볼까...?'

오늘은 마음먹고 진심 어린 칭찬한마디를 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출근길 내내 대사까지도 준비했다. 전날 혼자서 야근한 후배에게 들려줄 대사였다.


"있잖아, 어젯밤에 12시까지 혼자남아서 정말 고생 많았어.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같이 남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힘이 빠질 법도 한데, 뒷정리랑 자료정리까지 오타하나 없이 깔끔하게 해냈잖아?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다녀서 진도 다 빠지고 당도 떨어져서 집중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물론 시켜서 하게 된 야근이기도 했고, 초과근무한 만큼 출근시간도 늦춰주긴 했지만, 이런 부분은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오후, 참으로 놀라운 일이 생겼다. 

이 친구가 평소에 시키는 일은 곧잘 했지만, 능동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세상에 시키지도 않은 일을 먼저 나서서 하겠다는 게 아닌가. 꼭 해야 되는 일이긴 했지만 급한일은 아니었기에, 사수인 나조차도 은근히 미뤄뒀던 건데.. 

'심지어 한 발 앞서서 해치우겠다고!?'


평소에, '칭찬에 인색하더라도, 비난이나 질타는 하지 말자'라고 몇 번이고 곱씹었었는데...


정작 곱씹어야 될 다짐은, '진심을 담아서 진정성 있게 칭찬하자'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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