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와 로또, 부처의 뇌로 계산해 본 나의 잔고
새벽 2시. 침대에 누워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하는 내 손가락이 애처롭습니다. 강남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은하계 너머로 날아갔고, 커뮤니티에는 로또 1등 당첨으로 인생 2회차를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들립니다.
"부처님,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제가 무슨 빌딩을 세워서 건물주 소리를 듣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울 하늘 아래 내 몸 하나 뉘일 아파트 한 채면 되는데. 이번 주 로또 번호 6개만 머릿속에 슬쩍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당첨금 절반은 진짜 좋은 곳에 보시할게요. 이거 부처님 입장에서도 꽤 괜찮은 딜 아닙니까?"
불안과 기대가 뒤섞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시스템: '석가모니' 로그인. 동기화율 100%.]
뇌 속의 잡음이 '탁' 하고 꺼졌습니다. 요동치던 심장이 정지 화면처럼 평온해지더니, 머릿속이 수천 대의 슈퍼컴퓨터를 돌리는 것처럼 차갑고 명석해졌습니다. 부처의 뇌로 바라본 로또는 선도 악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일주일의 고단함을 버티게 해주는 소박한 희망이지만, 동시에 '내 인생의 운전대를 운(運)이라는 녀석에게 잠시 떠넘기고 싶어 하는 귀여운 도망'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제 번호 6개를 점지해달라고 떼쓰는 대신, 내 손안에 있는 현실을 다스릴 지능적인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메모장을 펼쳐, 내 수입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네 개의 강줄기로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나누었습니다.
"첫째, 4분의 1은 오늘을 사는 나를 위해 쓴다. 치킨을 먹든 커피를 마시든, 나를 잘 보살피는 건 수행의 기본이다. 굶주린 배로는 깨달음도 안 온다.
둘째, 4분의 1은 미래의 무상함에 대비해 저축한다. 비바람 막을 방패도 없이 '나무아미타불'만 외치는 건 지혜가 아니라 객기다.
셋째, 4분의 1은 다시 열매를 맺을 '씨앗'으로 쓴다. 이는 단순히 돈을 쟁여두는 것이 아니다. 내 몸값을 올릴 공부에 투자하고, 세상을 배우는 경험을 사고, 가치 있는 곳에 자본을 투입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씨앗을 심지 않은 땅에서는 그 어떤 기적도 싹트지 않는다.
마지막 4분의 1은 조건 없이 보시한다. '내 것'이라는 집착의 벽을 허물어야 비로소 '돈이 부족하다'는 공포에서 해방된다. 텅 빈 그릇이어야 온 우주를 담는 법이다."
강남 아파트라는 신기루를 쫓느라 내 손에 든 물 한 잔의 가치를 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4분법은 단순한 산수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결핍 상태'라는 망상을 깨고, '나는 이미 충분한 흐름의 주인'이라는 확신으로 나아가는 처절한 경영 전략이었습니다.
로그아웃.
시스템이 종료되자 다시 지독한 현실로 복귀했습니다. 통장 잔고는 여전하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아파트 가격에 뒷목을 잡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삶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기적 따위는 없었습니다. 삶은 원래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계속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습니다. 이제 로또 명당 줄에 서 있더라도, 예전처럼 그 번호 6개에 내 일주일의 행복을 몽땅 저당 잡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처럼 생각한다는 건 로또 당첨 같은 요행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내 손안의 푼돈조차 지혜롭게 부릴 줄 아는 '독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삶은 여전히 팍팍하겠지만, 나는 이제 숫자에 쫓기던 노예가 아닌 내 인생의 당당한 경영자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로또는 이번 주에도 재미로 딱 한 장만 살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