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로그인 #6. 인정 중독과 자발적 노예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더니, 왜 관객 반응에 목숨을 거십니까?

by 있는그대

​새로 올린 글의 조회수가 멈춰있습니다. 분명히 '업로드' 버튼을 누를 때만 해도 세상을 뒤집어놓을 역작이라 생각했는데, 30분이 지나도 단 하나의 하트조차 배달되지 않습니다. 서운함을 넘어 슬슬 화가 치밉니다. "이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건가?" 급기야는 이미 올린 글을 지웠다 다시 올릴까 고민하는 제 모습이 거울에 비칩니다. 참으로 구질구질하고 찌질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저에게는 지금 '관심'이라는 마약이 절실하다는 것을요. 남들이 잘 썼다고, 천재라고 박수 쳐줘야 비로소 제가 살아있는 것 같은 이 지독한 결핍.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제 마음은 그저 타인의 칭찬만 기다리는 배고픈 거지 소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자아비판과 갈증이 뒤섞여 뇌가 과부하에 걸리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시스템: '석가모니' 로그인. 동기화율 100%.]


​머릿속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 뇌는 더 이상 찌질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수천 대의 슈퍼컴퓨터를 돌리는 것처럼 차갑고 명석하게 스스로를 해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처의 지능으로 동기화된 제 사고 회로는 방금까지의 제 모습을 '기이한 노예'라 명명했습니다.
​제 인생의 주인이라 자처하면서, 정작 기분은 생판 모르는 남들의 손가락 하나에 맡기고 있는 모순. 타인이 하트를 누르면 천국에 가고, 누르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 상황은 제 행복의 리모컨을 아예 남에게 상납한 꼴이었습니다.
​제 안의 높아진 지능은 인정 욕구라는 본능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박수 소리를 내 삶의 '주식'으로 삼으려 했던 어리석은 지능을 문제 삼았습니다. 타인의 칭찬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사은품'일 뿐인데, 사은품 안 준다고 물건을 환불하겠다며 행패 부리는 손님처럼 굴고 있었던 것이죠. 남의 박수가 없어도 제 글은 이미 쓰였고, 제 하루는 충실히 지나갔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습니다.
​전율이 돋았습니다. 해탈은 욕망을 없애는 신비로운 체험이 아니라, 내 가치를 결정할 권한을 남에게 넘기지 않는 지독한 '자기 경영'이었습니다. 저는 메모장에 오직 저를 구원하기 위한 몇 가지 다짐을 휘갈겨 썼습니다.
​타인의 칭찬은 '월급'이 아니라 '보너스'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습니다. 있으면 고기 사 먹고 없으면 집밥 먹으면 그만인 덤인데, 왜 나는 그 사은품에 목숨을 걸었을까요. 이제는 남이 알아주기 전에 제가 먼저 제 글의 유일한 '찐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내가 읽어도 재미없는 글을 남에게 인정해달라고 떼쓰는 건 일종의 영업 방해니까요. 결국 누군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순간, 저는 그 사람의 노예 계약서에 서명하는 셈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누구에게도 제 기분을 좌지우지할 강력한 리모컨을 쥐여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로그아웃.
​시스템이 종료되고 다시 현실입니다. 여전히 '좋아요' 숫자는 그대로지만, 신기하게도 아까처럼 비참하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뭐라든 이 글은 제 뇌를 통과해 나온 귀한 자식이고, 저는 오늘 할 일을 다 했으니까요.
​저는 이제 브런치를 끄고 저를 위해 아주 비싼 캡슐 커피 하나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남의 박수 소리 기다리느라 목마른 것보다, 당장 내 입에 맛있는 걸 넣어주는 게 훨씬 실속 있는 '중생의 지혜'니까요. (아, 그래도 이 글 끝까지 읽으신 분들, '사은품' 챙겨주시는 셈 치고 하트 하나는 눌러주실 거죠? 부처님도 보시는 즐거움은 거절 안 하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