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산낙지

by 마음을 쓰다

수족관 유리벽에
팔을 뻗는다.
물 밖의 세계는
늘 투명하게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집게가 들어온다.
물결이 잠시 흔들리고,
곧 다시 고요가 내려앉는다.


비닐봉지 안은
숨이 막히도록 좁다.
파도도, 모래도

내 몸을 감싸주지 않는다.


칼끝이 스친다.
잘린 몸이 여전히 살아 있다.
떨어진 다리가
하얀 접시 위에 놓인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
“싱싱하네.”
“살아 있네.”


젓가락이 내 몸을 집어 올린다.

나는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접시는 너무 평평하고,
세상은 너무 미끄럽다.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감각이 희미해진다.
살아 있다는 이유로
나는 천천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