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농장 생활 - 농장에 가다
마침내, 검트리(Gumtree)를 통해 농장 일을 구했다.
사실 농장 일을 먼저 구했다기보다는 집을 구한 것이다. 그런데 그 광고에서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조건으로 농장 일을 구해준다고 했다.
영어로 된 광고였고, 문자도 영어로 주고받았으며, 전화로도 영어로 대화했지만, 결국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었다.
‘한국 사람 피해야 하는데… 또 한국 사람인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많은 외국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진정한 워홀러의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 한국인의 집에 들어가야 한다니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루하루 백수처럼 살 수는 없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해 그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가자, 세컨 비자 따러 번다버그로!”
그렇게 우리는 번다버그로 향했다. 시드니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브리즈번으로 이동했다. 새벽 비행기라 비행기를 놓칠까 봐 밤새 술을 마시고 놀았더니, 공항에서 행오버가 시작됐다.
공항 화장실에서 몇 번이나 속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는 밤새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은 더더욱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술기운에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거의 기절하듯이 자고 있었다.
그렇게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고, 이제 번다버그로 가려고 했지만 현규 형의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짐의 양을 초과했기에 현규 형의 짐은 다음 비행기로 온다고 했다.
빨리 번다버그로 가야 하는데, 공항에서 짐을 기다려야만 했다.
또 여행이나 지역 이동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짐을 정리할 줄 몰랐다. 필요할 것 같은 건 모두 챙기다 보니 짐이 수십 개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농장에 간다며 시드니에서 라면 한 박스와 고추장 큰 거 한 통도 사서 이동했으니, 짐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다음 비행기가 올 때까지 공항에서 낮잠을 자며 기다렸다.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했던가?
그 이후로 여행할 때는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그곳에서 구매 가능한지를 재차 확인했다. 구매할 수 있다면 굳이 여기서 사서 갈 필요는 없었다. 또한, 작은 가방 여러 개를 들고 가기보다는 큰 가방 하나에 모두 넣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도 배웠다.
겨우 현규 형의 짐을 다음 비행기로 받은 후 우리는 급하게 번다버그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마침내 밤 9시가 돼서야 번다버그에 도착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기차역으로 픽업을 나와 주었다.
집에는 나와 현규 형, 그리고 농장 일을 하는 몇 명의 한국인들이 있다고 했다. 다들 농장 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모두 일찍 자는 바람에 첫날 인사는 나누지 못하고 우리도 조용히 짐을 풀었다.
드디어 농장 생활 시작이다.
‘농신(농부의 신)이 되어 주겠어!!!’
* 짐은 적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