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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호 Nov 19. 2024

번다버그 애호박농장

번다버그 애호박농장



주키니 팜


번다버그로 온 지 이틀 동안 일을 쉬다가 드디어 농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농장으로 가는 데 차가 없었기 때문에 농장주에게 픽업 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농장주가 차를 보내주었다.
그 당시 나와 현규 형, 그리고 유럽에서 온 여자 친구 두 명이 이렇게 첫 출근을 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5시에 출근하여 5시 30분쯤 농장에 도착했다. 호주의 농장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땅이 큰 나라는 뭐든지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다버그의 다양한 곳에서 이곳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처럼 집주인의 소개로 일을 오기도 하고, 백팩커에서 일을 소개받고 오기도 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대부분이 아시안 워홀러들이었지만,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해 온 유럽권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 친구들은 하루 이틀 정도 일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 친구들이 워낙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일 잘하는 유럽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영어가 서툴렀고, 농장주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는 편이었지만, 유럽 친구들은 조금만 불만이 생겨도 직접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는 스타일이었다.
이처럼 문화 차이에 따라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6시가 되자 일이 시작되었다. 15~20센티미터 정도 자란 주키니(애호박)의 꼭지를 칼로 상처 없이 잘라서 바구니에 담는 작업이었다. 한 바구니가 가득 차면 바구니당 1.5달러를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 10바구니를 채우면 15달러, 100바구니를 채우면 150달러였다.


주키니는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에, 주키니를 따려면 허리를 깊이 숙이거나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첫날, 나는 4시간 동안 10바구니를 땄다. 룸메이트 형이 첫날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시간 동안 죽을 것처럼 일해도 내가 번 돈은 고작 15달러였다.
‘하… 농신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나마 나는 농촌(충남 논산)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농사 경험이 있었지만, 나와 함께한 현규 형(귀한 집 막내아들)은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어했다. 현규 형은 살면서 이처럼 힘든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나고 10시쯤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니 오전 11시였다. 농장 생활의 좋은 점은 내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11시부터 오후와 밤 시간은 모두 내 것이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호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틈틈이 영어 공부도 했다.


스키장에서 일하며 영어 리스닝 실력은 상당히 늘었지만, 스피킹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농장에서는 스피킹 위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매일매일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피곤할 때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번다버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도 하며 번다버그 생활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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