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느끼다.

by 이립

밝은 분위기로 나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바꾸려 노력을 하기 시작한 후로 는 점심시간 이후 카페를 갈 때 이야기에 끼어 참여하기도 하고 리액션도 자주 보이며 밝아 보이는 척을 했다.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던 동료들이 보기에 갑작스러워도 상관없었다. 수습평가가 있는 달이었고 나는 살아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습평가가 있는 달에 나는 몇 가지 불안함을 느낀 사건이 있었다.


1) 본부장님께서는 본부 구성원들과 돌아가며 점심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만 그 시간을 갖지 못했다.

2) 팀장님은 나만 빼고 다른 팀원들과 저녁식사를 하신 후 내 성격이 둘만 있어야 속 얘기를 할 것 같아서 다음에 둘이 저녁을 먹자고 말씀하셨다.

3) 하루는 팀장님께서 점심식사를 할 때 내가 위염을 앓고 있는 것이 스트레스 때문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고생할 필요가 없고 억지로 버티려는 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을 겪고 분위기를 느끼면서 혹시 나를 내보내기 위한 신호를 주는 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부자연스러워도 밝게 행동하려 했고 최대한 팀장님에게 거슬리지 으려 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일업무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팀장님께 생산직분들의 승진 시험 업무 준비 계획을 보고했다. 팀장님은 내용을 듣고는 내가 승진 업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기에 승진 업무라는 게 무엇인지 파악 후 보고를 하라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무엇 때문에 수수께끼 같은 숙제를 주시는 것인가 생각을 했다. 이전에도 내가 어떤 부분에서 파악이 덜 된 것인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여쭤보면 그걸 나한테 묻는 거냐라는 싸늘한 답만 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갑갑함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뭐든 열심히 해야 했다. 동료들에게 팀장은 어떤 의도로 말씀하신 것인지 물어보고 관련된 자료들을 과거부터 닥치대로 읽어보았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2주 차 월요일이 돌아왔을 때 팀장님은 팀 동료 A와 나를 불렀다. 그리고 아직도 업무 파악을 못한 나를 기다려줄 수 없다 말씀하시면서 생산직 승급시험 업무까지만 담당하고 승진 업무를 팀 동료 A에게 인계하라 하셨다.


이때부터 나도 모르게 마음에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기 시작했고 팀에서 이제 나는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 확실해졌다. 마음 한 구석에는 차라리 커리어를 포기하고 다른 팀으로 발령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정말 수습평가 후 해고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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