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후시딘#04
보기만 해도 웃게 되는 존재, 바로 애기들이다.
난 어릴 때부터 애기들을 좋아했다. 엄마 말에 따르면 연년생인 남동생을 그렇~게 이뻐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남들이 보면 그게 무슨 꿈이냐 비웃겠지만, 24살에 결혼하고 싶었고 빨리 내 자식을 키우고 싶었다.
꿈꿨던 나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번 생에 ‘현모’는 커녕 ‘양처’도 될똥 말똥이다.
아직 안정적인 직업을 못 가졌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겠다고 도전하느라 돈도 많이 못 모았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한때는 애기들을 보면 웃음 대신 울음이 나왔었다.
나는 왜 남들 다 하는 결혼도 출산도 못하고 혼자 이러고 있을까?
밀려드는 자괴감과 자책감의 거센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다행히도, 다시 애기들을 보면서 활짝 웃게 되었다.
모든 애기들이 다 내 애기 같다. 마냥 다 이쁘다.
휴대폰만 보는 어른들 사이에서 세상 무해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세상 구경하는 애기들을 보면 내 마음도 맑아진다.
애기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나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나를 웃게 해준다는 것에 감사하다.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애기들이 후시딘을 발라주었다.
이제는 언니나 누나보다 이모 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진,
여전히 현명한 엄마를 꿈꾸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