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후시딘#06
요즘 남의 가방 훔쳐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언젠가부터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 이 귀여운 키링들 구경하느라 즐겁다.
다들 카피바라 한 마리, 너구리 한 마리씩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나 귀여웠었나 싶다.
심지어 어린 애들만 달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세상 무뚝뚝해보이는 남자 으른도 등에 귀염뽀짝한 거북이를 데리고 다닌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폰 안 보기’ 미션을 실천 중인 나에게
저 키링들은 무료함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연금술사 나 다름없다.
키링들과 그 주인들, 모두 참 귀엽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훔쳐본 키링들 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건
바로 이 당고 키링이었다.
진짜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럽의 꾸덕꾸덕함을 잘 살린 키링을 본 순간
작년 여름 교토에서 먹었던 당고가 떠올랐다.
여행의 마지막 날, 테이크아웃하는 게 더 싸길래 혼자 지하상가 길목에 서서 맛봤던 그 당고.
지하철역에서 본 이 당고 키링은 여행에 목말라 있는 나를
처량하면서도 웃겼던 여행지에서의 그때로 순간이동 시켜주었다.
남들이 달고 다니는 작은 키링 덕분에 매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