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아름다움, 아쉬움이 주는 선물

후회와 아쉬움, 그 미묘한 차이

by 골든펜

아쉬움과 후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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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마켓에 들렀다. 고구마순을 보자마자 지난번에 생고등어로 끓였던 고구마순 찌개가 떠올랐다. 그때의 아쉬움 때문일까. 이번에는 꼭 자반 고등어로 끓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껍질을 벗겨내야 하는 번거로움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장바구니에 담았다.

살다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한마디 더 따뜻하게 건넬 수 있었는데, 그 순간을 놓쳐버린 내 모습이 못내 아쉽다.

면접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 헤어진 친구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 부모님께 더 자주 묻지 못한 안부. 이렇게 크고 작은 아쉬움들이 마음 한켠에 쌓여간다.


후회와 아쉬움, 그 미묘한 차이

하지만 아쉬움이 곧 후회는 아니다.
후회는 이미 끝난 일 앞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지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는 단초가 된다.

후회는 "그때 왜 그랬을까"라며 과거에 발목을 잡지만, 아쉬움은 "다음엔 더 잘해보자"라며 미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부족했기에 더 배우고, 다하지 못했기에 다시 시도할 용기를 얻는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수했을 때, 후회하는 사람은 "내가 왜 그렇게 떨었을까, 망쳤어"라며 자책한다. 반면 아쉬워하는 사람은 "다음엔 더 준비해서 자신 있게 해보자"라며 다짐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길로 향한다.


아쉬움은 삶의 여백

아쉬움은 삶의 여백이다. 그 여백이 있어야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마음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완성된 그림에는 더 이상 붓을 댈 수 없다. 하지만 비어 있는 캔버스라면 새로운 색을 칠하고 새로운 형태를 그려낼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더 나아갈 이유도, 성장할 여지도 사라지고 만다.


아쉬움이 주는 선물

아쉬움은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준다. 완벽했다면 멈췄을 발걸음을 다시 내딛게 하는 힘이다.

또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게 한다. 내게도 한계가 있고, 배울 것이 많음을 깨닫게 한다.

아쉬움은 고마움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기에 타인의 도움을 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쉬움을 품는 방법

그렇다고 아쉬움을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아쉬움도 때로는 아프고 괴롭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먼저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아, 아쉽네"라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다음엔 "그럼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쉬움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아쉬움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고, 내일을 향한 약속이다. 후회 대신 아쉬움을 품는 사람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완의 아름다움

결국 아쉬움은 미완의 아름다움이자 내일을 부르는 작은 신호탄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나눌 수는 없고, 한 번의 시도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사랑한다. 아쉬움이 있기에 인생은 계속되고, 아쉬움이 있기에 우리는 성장한다.

오늘 밤, 마음속에 남은 작은 아쉬움들을 후회가 아닌 내일의 약속으로 받아들이자. 그 아쉬움이 우리를 더 나은 내일로 이끌어줄 것이다.

후회가 깊어지면 병이 된다. 지나간 날과 일들은 아쉬움으로 족하다. 아쉬움이 후회로 이어지면 자학이 시작되고, 자학이 깊어지면 우울이 찾아온다. 아쉬움에서 멈출 수 있어야 미래가 기회로 이어진다.

생선이 들어간 국은 오래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그러나 오래 끓이다 보면 고구마순이 너무 연해져 녹아버린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찌개에는 말린 고구마순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씹는 맛이 살아 있던 기억. 그래서인지 오늘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그 아쉬움이 내일의 국물을 더 깊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찌개가 끓고 있어요. 먹고 싶을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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