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무시하는 자, 다시 그 죄를 짓는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거울이자,
미래로 가는 문을 지키는 경고음이다.
그러나 이 거울 앞에 서 있는 이들 중엔
자신의 얼굴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자들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잘못으로부터 자유를 원한다.
그들은 말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는 잊어야 할 때다."
"용서하고, 화해하자."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회개 없는 용서는 악의 편에 선 면죄부일 뿐이다.
반성과 단절 없는 용서는
죄의 뿌리를 도려내기는커녕
더 깊고 은밀하게 퍼지게 만든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방관자의 넋두리다.
반성하지 않는 자들 때문에 같은 죄가 반복될 뿐이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려는 자들,
독재를 경제 발전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자들,
폭력을 '필요악'이라 합리화하는 권력들…
그들은 언제나 용서를 먼저 요구한다.
진심 어린 사과도 없이,
자신들이 지닌 기득권을 내려놓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우리가 용서할 때마다
그들은 다시 피의 꽃을 피운다.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역사가
다시금 사람들의 고통 위에
피눈물로 기록된다.
용서란 선한 행위 이전에
정의의 선언이어야 한다.
회개 없는 용서는
과거를 승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죄에 공범이 되는 길이다.
죄를 씻으려면,
먼저 그 죄의 실체를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당신은 잘못했으며,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용서’를 이야기할 수 있다.
회개 없는 용서는
개인의 내면에서도,
국가의 역사에서도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대역죄이며,
미래에 대한 배신이다.
용서는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