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내 탓이 제일 맘 편했으니까.
나에게 불행이 찾아와도 내 탓이오.
남에게 불행이 찾아와도 말리지 못한 내 탓이오.
이렇게 내 탓만 해대다 이제는 한계에 도달해 폭발해 버렸다. 다행히도 내 안에 있던 '내 탓' 그릇의 수명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만약 더 컸더라면 가슴에 얼마나 큰 멍울이 더 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싫다.
어릴 적 내가 실수를 해도 잘못을 해도 부모님은 내 탓으로 돌리며 혼냈었다. 물론 단도리 잘하라는 훈육의 뜻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론 모든 일에 내 탓을 해버리는 어른이 되었다.
거기다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고 모두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과한 욕심으로 상대방의 감정까지 떠안으려 했다. 굳이 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일어난 나쁜 상황에 내가 조금이라도 개입이 돼 있으면 전체가 내 탓인 것처럼 여겼다. 그리고 내가 모든 걸 괜찮은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뭐라고 모든 걸 다 해결하려 들다니, 거만했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내가 해결해줘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다 보니 어느 날은 감당이 안 돼서 내가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은 일인데 역으로 욕먹기도 하면서 이때부턴 정신 차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해 그러지 않기로 했다.
EP. 2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
며칠 전, 아파트 놀이터에서 늘 인사를 주고받던 애기엄마가 이날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기분을 풀어주고픈 오지랖이 또 발동해서 주머니에 있던 사탕 몇 개를 건네주었다.
"비타민 사탕이에요. 엄마 드세요."
애기 엄마가 사탕 받음과 동시에 내 뒤에 있던 아가가 나도줘나도줘~ 하며 졸랐다.
'아차, 애기가 안 볼 때 줄걸.'
애기 엄마가 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느라 바빠졌다. 나는 조금 뻘쭘해져서 혼자 "애기 안 보이게 줄걸 그랬네."중얼거리며 옆으로 쓱 빠졌다.
그러다 둘째가 그네 밀어달래서 밀고 있는데, 애기엄마가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먼저 가겠단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 같았으면 처음 어두운 표정의 애기엄마를 보자마자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중간에 눈치 없게 사탕을 건네준 실수에서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사람 더 힘들게 했다는 약간의 죄책감까지 생긴 채 계속 주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어두운 표정이었을 때는 '무슨 일 있었나?' 그다음엔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생각해 보고 없으면 그의 개인적인 어떠한 일 때문에 그러는 거일테니 내버려 둔다.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슨 일인지 물어볼 수 있는 사이인가?' 정답이 'NO.'라면 그냥 묻지 않고 내 할 일을 하며 나에게 집중한다.
이런 훈련이 필요한 것 또한 나 자신을 순간순간 자주 잃어버려서다.
상대방과의 관계는 무시한 채 그의 상황을 과하게 위로하거나 남의 감정을 내가 떠안지 않으려는 노력을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