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형님은 가고 없는데도, 까마귀떼는 여전히 고향 하늘을 지킨다
까마귀 떼가 배꾸마당 위에 원을 그려
아래턱을 쭉 뽑고 고개를 뒤로 발딱 젖혔는데
까마귀 너머에 푸른 하늘이 열렸다
까악, 까악
나락 두 가마니를 포개진 아버지는
바자랑대를 하늘로 향해
훠이— 내젓는다
“막내야, 퍼뜩 가자
까마귀는 저렇게 먼데..”
나는 타박타박 걷고
아버지는 휘청거리며 걷는데
까마귀는 여전히 무리지어 춤춘다
까악, 까악 퉤, 퉤
까악, 까악 퉤, 퉤
이제 혼자 고향 빈 들판에 서서
나락 두 가마니보다 더 무거운 그리움을 지고
머리 위 고향 까마귀를 향해 나는
그때의 아버지처럼 침을 뱉는다
까악, 까악 퉤, 퉤
까악, 까악 퉤,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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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는 그때 “까마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부정한 일이 일어난다.”며 침을 퉤, 퉤 뱉으며 부정을 쫓으셨지요.
탈, 탈, 탈— 발 탈곡기도 사라지고 메롱, 씨롱— 기계 탈곡기도 필요 없는 세상. 이젠 타작할 배꾸마당조차 없습니다.
따스한 손을 내밀던 아부지는 없고, 이제 친구 같은 아빠만 남았습니다.
아침 등산길에 만난 축 처진 개쑥부쟁이가 오늘따라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 2011. 11. 25. 들풀 ☆
♡ 작가의 덧붙임 ♡
2025년 10월 9일, 막내 형님을 부모님이 계신 선영에 모시고 돌아오던 길, 타작하는 논에 까마귀떼가 있었습니다. 타작마당을 추억하는데, 눈물이 왜 흐르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