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하루의 온도

by 유담연

독감이 유행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환기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창문을 연다.

찬 공기가 코로 입으로 가득 밀려온다.

내 몸의 모든 세포에 숨을 불어넣듯

손끝, 발끝까지 서늘한 감각이 돈다.


나에게도 환기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났다.

P와 템플스테이에 왔다.


저녁 공양 후

저녁 예불을 위해 스님이 계신 대웅전을 찾았다.

스님께서는 명상에 대해 알려주셨다.


내 안에 있는 ‘의식’을 마주하는 것.

생각들을 잠재우고

꿋꿋이 서 있는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


하지만

30분도 넘게 주어진 명상 시간 동안

잡생각들은 끊임없이 얼굴을 들이밀었고

나는 끊임없이 생각의 태풍 속에서 휘말렸다.

결국 태풍의 눈은 찾지 못했다.




새벽 4시.

목탁 소리에 눈을 떴다.

모든 생명을 단잠에서 깨우는 청아한 그 소리.

패딩에 목도리까지 꽁꽁 여미고

새벽 예불을 찾았다.

어젯밤에는 잘 보이지 않던

별들이 너무나도 밝게 빛났다.

해가 떠올라

모든 빛을 덮어버리기 전

별들은 존재감을 더 드러내려 하나 보다.

그 절절한 마음을 알 것 같아

왠지 마음 한편이 조용히 아렸다.


또 명상 시간.

사찰에 짙게 내려앉은 적막을 흔들듯

강한 바람 소리가

몰려오는 졸음을 쫓았다.


방에 들어와

이불을 덮고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였다.

잠깐만 자고 일어나려 했지만

보살도 되지 못한

게으른 중생은

아침 공양보다는 잠을 선택했다.


느지막이 눈을 떠 삼성각을 찾았다.

칠성신, 산신, 독성신께

집중해서 기도드렸다.

온마음을 다해서 기도를 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진심을 다 해 간절한 마음을 바쳤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

창문에 비친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의 창문은 아직 삐그덕 댄다.

고장이 난 걸까.

빗장을 수리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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