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온도
결국 탈이 났다.
평소에도 무던한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감정에 더 예민하다.
누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괜히 꼬투리를 잡고 늘어놓고 싶다.
상처를 주고 싶다.
그가 완전한 타인일지라도.
하지만
그 칼날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이미 불안 뒤로 숨어버린 나를,
어떻게든 찾아내 마구 할퀸다.
너덜거리던 불안은 해져
이제는 나를 지켜줄 수 없다.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행동을 한다.
파고들기 그리고 무시.
나는 철저하게 후자를 지키고 있다.
무시하기.
우울한 음악도 듣지 않고
우울한 영화도 보지 않는다.
우울한 음식도 끊었다.
빠른 비트의 음악.
깔깔거리는 예능.
맵고 짜고 단 음식.
내 기분을 바짝 올려
잠깐이라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나를 고요 속에 혼자 두지 않게 한다.
오전에 퇴근 후 침대에 바로 누웠다.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녹여보겠다고
전기장판 온도를 너무 올린 탓일까.
금방 눈이 떠졌다.
엽기떡볶이를 시켰다.
맞불작전.
산에서 큰 불이 나면
불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오히려 불을 내기도 한다고 들었다.
내 혀에도
내 위장에도
맞불로 불을 내보기로 한다.
몸에 좋지 않은 걸 시켜놓고
괜한 의미를 얹어본다.
배라도 부르면 금방 다시 잠이 올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멀쩡하다.
공부라도 해볼까.
책을 읽어볼까.
재밌는 영화 한 편을 볼까.
생각의 굴레에 갇혀
쳇바퀴를 돌리다 지쳐
다시 전기장판을 켠다.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