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시 K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교수법으로 처음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K 학원에 가니 초등부터 고등수학까지 나보고 모두 알아서 혼자 가르치라고 한다. 수업방식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하라고 허락을 하셨다.
30평 정도 교실에 4면 중 2개 면에 독서실책상들이 놓여있었다. 4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로테이션으로 최소 10~20명이 수업을 들었다.
학년도 섞여서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었다. 초등과 중등이 심지어 중등과 고등도 섞여있었다. 고등학생은 과외를 위해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온 것이다. 주말에는 수업을 할 수 없다고 내가 못을 박아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과외를 하러 나온 것이다.
학생들 책상 책꽂이엔 수학 교과서가 꽂혀있었다. 일반적인 학원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수준이 또 엽기적이었다.
학교에서도 다른 학원에서도 포기한 학생들이 많았다. 다른 학원에서 받아주질 않는 문제아들인 것이다. 저녁을 굶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집안 형편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1200원 재료비만 받고 원장님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직접 요리를 하셨다. 그 돈에 웬만한 분식집에서 사 먹는 저녁보다 더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셨다.
성적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거의 하위권이거나 아니면 중위권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중2 여학생들은 오는 수학강사마다 괴롭혀서 쫓아냈다. 수업거부는 기본이요. 괴롭혀서 결국 선생이 질려서 그만두게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뭐 이런 학원이 있나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수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학원에서 일어날 일들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 학원이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장님이었다. 이 원장님이 그 지역 학원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유학 준비 중에 망해가는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그 학원을 인수하게 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원을 지역에서도 유명한 영어학원으로 키워냈다. 원어민들을 거느린 유명한 영어학원으로 키워낸 분이셨다. 학생수 7명에서 수 백 명 대 학원으로. 그러던 분이 IT벤처사업에 뛰어드셨다가 망해서 다시 학원을 시작하셨다. 다시 학원으로 재기하기 위해 이 분이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하시는지 학원 교실 몇 개가 책으로 가득 차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밤에는 새벽까지 책을 읽고 연구를 하셨다. 국내에 모르는 강사가 없을 정도로 연구를 하셨다. 수학 강사인 나도 모르는 수학 자료들을 영어 선생인 원장님이 가지고 계셨다.
이 분은 내 교수법의 가치를 알아보셨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하셨다.
K학원에서 수업할 때 만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가은(가명)이라는 이름의 좀 기가 죽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만 절박할 정도로 당돌하고 용감했다. 다른 학생들이 듣는데도 기혼자였던 선생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는 데 농담조가 아니라 진지한 어조였다. 같은 중 2 여학생 반이 모두 수학 선생을 반복해서 쫓아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는데도 내가 좋다고 공개적으로 고백을 했다. 그렇게 하면 학원에서 왕따가 될 것인데도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의 초점이 그 학생이 나를 좋아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위의 긴 글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