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1.2 사랑에 굶주린 아이

by 에스겔

내 교실은 독서실 형태고 내 앞에 큰 테이블에 학생 둘이 로테이션으로 앉아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가은(가명)이가 앉는 자리는 이곳이었다. 두 시간 내내 나와 얼굴을 마주 보고 수업을 했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쳐 보니 아이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 하고 나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데 수학을 가르치면 그 지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중 2 학생이면 당연히 삼각형의 높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삼각형의 높이를 찾지 못했다. 다른 수학적 지식에도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곤조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모르겠단다. 얼굴도 멀쩡하고 말도 멀쩡하게 한다. 키도 크고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정도로 예쁘장했다. 그런데 지식 자체의 습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관찰하다가 무언가 아이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던 어머니는 흐느껴 우셨다. 딸이 그렇게 된 것이 선생님 말대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강박적 성격에 아주 아이를 혹독하게 다루는 분이셨다.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자꾸 아이를 그렇게 다루게 된다는 것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아이를 쥐 잡듯이 잡고 있었다. 아이는 이 엄마의 억압에 대한 반항이 너무 가득 차서 억제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엄마는 병적이라 정상적으로 힘들다고 말해도 안 되고 그 괴롭힘만 더 커지기에 그냥 집에서는 꾹 꾹 참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서 다른 사람에게도 웬만해서 그 억압된 반항을 드러낼 수가 없다. 그것을 함부로 표출했다가는 그들에게서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엄마가 품어주지 않은 아이들은 버려지는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큰 공포가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 무엇이든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가은(가명)이는 그 반항이 학습에서 돌출되어 뿜어져 나왔다.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데 그 지식에 대해 반항하고 습득을 거부하는 것이다. 지식은 자기를 버리지도 자기에게 고통을 주지도 못하는 대상이라 그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에 굶주려 있어서 자기보다 한 참 나이가 많은 기혼자인 내가 따뜻한 말을 해주고 상담을 해주니 나를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사람이 너무 배가 고프면 주변도 염치도 돌볼 여유가 없어진다. 가은이의 상태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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