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변곡점이란 구조, 사업 방식, 경쟁 방식이 옛것에서 새것으로 전환되면서 힘의 균형이 이동할 때를 가리킨다."
앤디 그루브는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통해 기업에게 어떻게 위기가 오고 어떻게 그걸 극복하게 되는지를 말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기업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책이 아니다.
기업의 여정이나 개인의 여정이나 다르지 않다는 걸 이야기한다.
첫 페이지부터 본질을 다룬다.
"사업의 성공은 필연적으로 파멸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당신이 성공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당신 사업에 뛰어들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당신 몫을 빼앗고 또 빼앗으려 할 것이다. 나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구성원들에게 그런 경계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남이 잘 되는 건 배 아픈 법이다
어렵게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주변만 살펴봐도 흔한 일이다. 장사가 잘되는 족발집이 생기면 그 주위로 족발집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처음에 장사가 잘되던 족발집은 갑자기 수많은 경쟁자가 생기면서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맛도 서비스도 발전시켜야 하니 비용은 늘어나는데, 경쟁 때문에 가격은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원조집이 살아남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저자는 성공하는 순간, 반대로 몰락을 향해 간다고 이야기한다. 한동안 성공을 누리던 회사들도 그 성공을 빼앗으려고 들어오는 자객을 눈치채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등장을 무시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초콜릿폰으로 승승장구하던 LG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무시했다가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무시당하다 2021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하게 됐다.
만약 당신이 이 회사의 직원이라면 격변기에 당신의 일자리는 남아있을까?
기업 수명 자체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직원들의 커리어 수명을 누가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변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빠르게 요동치며 모든 산업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속도는 직업과 상관없이 당신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할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사느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지금까지 먼 거리는 노동자들을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격리하는 혜자와 같았지만, 기술이 그 혜자의 폭을 나날이 좁히고 있다. 머지않아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과 같은 사무실 건물에서 일하는 동료들처럼, 서로가 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자인 관계를 형성하며 일할 것이다.
기술 발전은 피할 수 없다. 기술 분야에서는 가능한 것이면 무엇이든 실현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그보다 우리는 기술 발전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1988년에 첫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2022년 현실을 보고 쓴 듯 날카롭다.
코로나로 인해 근무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한국 안에서 사람을 구했다면 이제는 사는 곳이 중요하지 않게 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런던에 살던, 동경에 살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 사람이 실력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수 있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라는 변화로 인해 우리를 보호하고 있던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당신의 커리어는 말 그대로 당신의 비즈니스다. 당신 자신이 유일한 고용 주면서 직원인 셈이다. 당신과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경쟁자다. 당신 스스로 커리어와 스킬, 이직 시기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의 개인 비즈니스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고 환경 변화로부터 이득을 얻도록 새로운 위치를 잡는 것은 당신 자신의 몫이다.
인생도 하나의 경영이다. 나의 선택이 쌓여서 결과를 이룬다. 기업은 다수가 모여서 결정하기 때문에 개인의 영향력이 적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는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변화는 온다. 그 변화에 대응할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고 그 결과도 본인이 받게 된다. 이 책은 기업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죽을 수 있듯이, 우리 개인들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걸 경고하고 있다.
"그래 알겠어. 전략적 변곡점... 변화가 온다는 건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어?"
앤디 그루브가 제시한 전략적 변곡점을 식별하는 3가지 방법
1. 핵심 경쟁자가 바뀌고 있는가? (은제 탄환 테스트)
만약 권총 속에 단 하나의 총알이 남아 있다면, 수많은 경쟁자 중 누구에게 쏘기 위해 그 총알을 아껴 둘 것인가? 이 질문은 본능적인 반응을 일으켜 망설임 없는 대답을 이끌어낸다. 질문의 답이 예전과는 다르거나 중구난방이거나, 과거에는 전혀 주목받지 않았던 경쟁자에게 은제 탄환을 겨눈다면, 이때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때다. 경쟁자의 중요도가 바뀐다면 그것은 무언가 심각한 일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첫 번째 식별법을 읽고 떠오른 업체가 신세계다. 쿠팡이 2010년에 등장하고 2010년 중반까지는 위메프, 티몬, 쿠팡이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신세계나 롯데, Sk 등 유통 기업들은 쿠팡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신문기사에서 '쿠팡의 경쟁자는 위메프, 티몬이 아닌 이제 신세계다'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때까지는 책을 많이 보지 않을 때라 웃고 넘어갔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쿠팡은 신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2018년 신세계는 쿠팡을 경쟁자라고 판단했을까?
이 책에 소개되는 소멸한 기업/개인들처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그랬다면 더 빠르게 자금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충원하고,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대응했을 것이다. 2021년에서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걸 보면 경쟁자가 변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2. 핵심 보완자가 바뀌고 있는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당신에게 중요했던 회사가 이제는 덜 중요하게 느껴지는가? 다른 회사가 그 회사의 가치를 퇴색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산업의 역학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자동차 업계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자동차에는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잘 나갈 때 정유업체들도 같이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정유업체보다 배터리 업체들에게 더 많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게 자동차 업계의 현실이다. 내연차가 당장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전기차가 팔리는 만큼 내연차는 자신의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회사가 정유업체에서 배터리 업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다.
3. 주위 사람들이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이는가?
수년 동안 매우 유능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중대한 무언가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라. 경영자들은 해당 사업의 ‘진화적’ 힘에 선택되어 조직 상층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원래 사업에는 적합했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 요소가 변화한다면 경영자들을 현재 위치에 올려놓은 바로 그 자연선택 과정이 새로운 트렌드를 인식하는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이는 것이 그 징조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가 혼란에 빠져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될지 모른다. 그들 또는 당신 자신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건 젊음을 좀먹는 나이 때문이 아니다. 당신을 둘러싼 ‘무엇’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경영진들도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등장 이후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세상이 변했는데 피처폰을 만지고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미래의 PC라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지 LG전자는 그걸 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1. 중간 관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고위 임원보다 중간 관리자 또는 영업사원들이 고객과 더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인텔의 경우 핵심사업이었던 D램을 포기하고 CPU로 넘어가는 선택을 했을 때 고객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사업 철수 소식을 알리자 고객들은 ‘당연한 거 아냐?’ 또는 ‘진작 그랬어야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직들은 이걸 몰랐을까? 당연히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눈치채고 있었다. 단지 그들의 의견이 수많은 결제 과정을 통해 약화되어 제대로 CEO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영업사원이 100점을 기준으로 90점의 위기를 감지해서 위에 보고를 올리면 관리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될 때마다 점점 위험도가 감소하면서 최종적으로 CEO에 도달했을 땐 90점의 위험도가 30점으로 낮춰서 보고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현장직들의 의견이 CEO에게 전달될 수 있는 창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CEO는 꾸준히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왜 망하는지도 모른 체 사라질게 될 것이다.
2. 첫 버전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초기 제품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초기 인터넷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접속하더라도 진부한 광고책자나 다를 게 없었다. 스마트폰의 시초인 PDA도 처음엔 별로 였다. 지금처럼 사용이 편하지도 않았고 일부 극소수의 얼리어답터 등이 쓰는 전유물에 불과했다. AI도 1950년대에 나왔으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초기의 제품이 실망스럽더라도 우리는 레이더를 끄면 안 된다. 처음에는 형편없어 보이더라도 이런저런 소문을 에누리해 들으면서 관심을 두어야 한다. 세상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약자가 미래에도 약자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의 강자가 미래에도 강자라는 보장도 없다.
인터넷은 초기에 느리고 영양가가 없었지만, 이후 10배 이상 빨라졌을 때는 세상을 바꿀 만큼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시초인 PDA는 처음에 불편했지만,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이제는 모두가 손 안의 PC라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됐다. AI도 처음엔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규칙 기반에서 딥러닝으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딥러닝을 쓰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생존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빅 테크(구글, 아마존, MS, 애플)만 봐도 인터넷, 스마트폰, AI에 모두 연관되어 있는 기업들이다.
요점은 이거다. 초기의 모습만으로는 이게 전략적 변곡점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정적인 판단보다 동적인 판단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초기의 실망스러운 품질을 보고 속단하는 건 정적인 판단이다. 쉽게 결과를 낼 수 있고, 미래에 대해 관찰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동적인 판단을 이길 수 없다. 예를 들어 투자자라고 가장해보자. 2013년 BTS가 데뷔했다. 그 당시 모습만 봤을 때 누가 월드스타가 될 거라고 상상했겠는가? 당시 모습만을 보고 무시하고 기억 속에 잊은 사람과 그들이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한 사람, 결과적으로 누가 돈을 벌었을까?
남이 아닌 나를 돌아보자.
나도 한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조무래기였다. 당신도...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3. 거리낌 없이 논쟁하라
특정 신제품과 신기술의 출현이 전략적 변곡점인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방법은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논쟁이다. 기술적 토론과 마케팅 차원의 논의, 전략적 파급 효과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야 한다. 이슈가 복잡할수록 더 폭넓은 직위의 관리자들이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 직위가 다른 관리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과 전문 지식을 토론 테이블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략적 변곡점 여부를 확인할 때는 보통 여러 영역 간의 다툼을 수반하는데, 불행히도 지름길은 없다.
"논쟁은 사진작가가 인화할 때 명암을 조절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논쟁을 통해 점차 이미지가 명확해질수록 경영자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좀 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도 혼자서 세상을 모두 볼 수는 없다. 세상이 100이라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1 정도에 불과하다. 아무리 날뛰어도 혼자서는 나머지 99의 사각지대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집단이 된다면 내가 보지 못하는 나머지 99를 볼 수 있는 다수와 생각을 나눈다면 어떨까? 혼자서는 못하지만 집단이 되면 100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CEO 혼자서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지우기 위해 논쟁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논리적 배틀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4. 논쟁했다면 실험하라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꾸준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실험과 배틀을 거치지 않으면 낡은 질서는 새로운 질서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실험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즉각 실험을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소에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본 적이 없는 조직에 갑자기 위기가 닥쳤으니 토론을 하자고 하면 과연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할까? 예측하건대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이상적인 조직이라면 새로운 제품, 기술, 판매 채널, 마케팅, 고객을 평소에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5. 일찍 행동하라
"많은 스포츠 경기에서 보듯 ‘타이밍이 전부’다. 일찍 행동을 취하면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동일한 행동이라도 뒤늦게 실행하면 미흡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강자는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싹부터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기존의 경쟁자들을 차근차근 죽이면서, 신규 경쟁자는 엄두도 못 내게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 어떤 신규업체가 수십조 이상을 투자하면서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까? 강자들은 그렇게 제국을 건설한다.
신세계는 경쟁자의 성장을 방관했다. 쿠팡의 성장이 신세계가 방관했다는 증거다. 2018년에라도 쿠팡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인정했다면, 자만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2015년 손정의에게 쿠팡이 1조를 투자받았을 때 심상찮다는 걸 느끼고 강력하게 공격했다면 지금보다 더 싸게 먹혔을 것이다. 기회를 놓쳤고 이제는 모든 걸 걸어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기존엔 월마트를 벤치마킹하다가 궁지에 몰리니, 갑자기 쿠팡과 정면 승부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바로 그 선택의 결과이다. 궁지에 몰리니 정상적인 판단이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최근 데이터를 보면 쿠팡은 50%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오히려 점유율이 줄었다.
‘일찍’이라는 말은 그저 ‘빨리’라는 말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기세가 아직 강할 때, 현금 흐름이 아직 활발할 때, 조직이 아직 온전할 때 행동을 취한다는 의미다.
사업의 기세가 건강하게 유지된다면 회사의 포지션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의미의 ‘거품’이 형성된다. 이 거품의 보호 아래서는 사업의 모든 징후가 좋지 않은 쪽을 가리킬 때보다 쉽게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위 경영진이 전략적 변곡점의 불가피성을 일찍 인식해 수용하고, 사업의 활기가 ‘10배’ 힘에 의해 약화되기 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적절한 행동이 일찍 단호하게 취해진다면 사업의 필연적인 변화는 훨씬 덜 고통스럽고 훨씬 더 성공적일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떠오른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D램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지정하면서 인텔 파운드리를 밀어주기로 결정했다. TSMC와의 경쟁도 힘든데, 파운드리에 수주를 주는 빅 테크들이 인텔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되고 있다.(백악관 AI 리포트 출처) 거기에 스마트폰은 중국에 추격을 당해 매년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5g 등등 기타 사업은 삼성전자에 큰 비중이 아니기에 아무리 잘해도 큰 의미는 없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돈을 많이 벌고 있다. 2022년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60조에 달 할 정도니 체력은 남아 있는 것이다.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자일 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자원이 넉넉지 않다. 지금같이 총알이 꾸준히 충전될 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삼성은 이건희의 삼성과 거리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인재에 대한 투자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경영하던 시절에는 얼마를 들여서라도 인재를 데려왔다. 그렇게 삼성은 기술의 삼성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최근 삼성전자의 연봉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사장단이 20억을 받는다. 20억은 큰돈이지만 카카오의 임원들이 20억을 넘게 받는다. 카카오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0배가 넘게 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사장들이 더 적게 받는다. 이게 납득이 되는가?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카카오가 앞선다.
연봉 차이만 봐도 인재들이 어디로 갈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아마존은 초반에 온라인으로 책을 팔면서 성장했다. 그러다 어느 날 e북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다. e북의 성장은 실물 책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스스로의 팔을 자르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싱싱한 팔을 붙였다. 경쟁자들이 잡으러 들어오기 전에 돈을 잘 벌고 있을 때 선제적으로 실행한 것이다. 아마존 관련 책을 읽었을 때, 우리나라 기업 중에 그런 사례가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아쉽게도 딱히 떠오르는 사례가 없었다...
감정적 요인 때문에 대부분의 경영진은 ‘너무나 소극적으로, 너무나 늦게’ 행동하는 바람에 기존 사업의 거품이 제공하던 보호막을 날려 버린다.
지금의 삼성에는 이병철, 이건희 시절의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기술로 성공한 삼성이 기술로 지고 있다. 전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장수는 공포에 떨고 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포에 떤다고 상황이 해결될까?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무섭게 적군은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삼성의 지휘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6. 새로운 사업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라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면 CEO도 배워야 한다. 배우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공부에 쏟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다른 일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다시 말해 내 시간은 ‘생산 계획자’가 되어 시간을 재배치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나를 정기적으로 만나던 사람들이 예전과 또 달리 나를 자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늘 포기해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리더의 위치에 있다 보면 자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매우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그 어떤 연설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변화는 고차원적인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바로 당신의 일정표에서 시작한다.
CEO가 배우는 이유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장수가 병사들에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연 전쟁터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사기가 저하되고, 탈영병이 속출할 것이다.
리더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부하가 이해할 때까지 설득해야 한다.
당신의 커리어가 당신의 사업이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각 개인은 개별 사업체다. 당신의 커리어는 곧 당신의 사업이고, 당신은 그 사업의 CEO다. 대기업 CEO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시장의 힘에 대처해야 하고, 경쟁자와 맞서 싸워야 하며, 현재의 일이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 커리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고 경영 환경의 변화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스스로를 이끄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기업이 전략점 변곡점을 겪듯이 개인도 커리어 변곡점을 겪는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은행들이 요동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을 없애고, 창고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들은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했을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은행들은 지점도 없고, 직원도 기존 은행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사업구조에서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 MZ세대는 점점 인터넷은행을 선호하고 있다.
개인 누구에게나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커리어의 변곡점에서도 타이밍이 전부다. 직장에서 잘리고 준비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을 때 준비하는 게 현명한 자세라는 건 다들 알 것이다.
소방서는 언제 어디서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줄 아는 강하고 효율적인 팀을 구성하는데 집중한다.
우리 개인도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변곡점에 대비해 평소에 준비를 해야 한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주도적으로 이끄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끌려 다닐 것인가?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제가 최근에 격하게 공감한 내용으로 끝내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내가 세상보다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강제로 변화시킬 겁니다. 내가 세상보다 빠르게 변하려면 인사이트 계발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 개발자로 살아남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