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가족

답답한 속마음

by 삐리빠라뽀

좀 답답했다.

요새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중에 화살로 돌아온다던데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가족에게는 어쨌든 짐 지우고 싶지 않고,


겉으로는 멀쩡한 척, 난 별 걱정 없는 척, 속으론 온갖 걱정에 머리가 복잡한데

나도 숨 쉴 구멍을 찾고 싶었다.


블로그는 아무래도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거 같고 뭔가 글을 쓰고 싶었다.

오늘 내 하루

지금 내 심정

브런치가 어떤 알고리즘에서였는지 뇌 속에서 떠올랐다.


하루 일기 쓰듯 글을 적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적었다.

분명 어릴 적 기억에는 세줄정도면 끝났던 거 같은데, 크고 보니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아빠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할지도 모른다.

기록해두고 싶다.




초등학생 때 아빠는 처음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어렴풋 기억에서 병원도 입원하고 애쓰다 나아져 다시 직장생활을 이어가셨다.


두 번째는 대학교 졸업반쯤 되었을 때 우연찮게 휴학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상태가 좀 더 심각했다.

세 살 터울 동생은 학교가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없었다.


병원을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아빠가 많이 불안해했다.

거실을 서성이다 베란다로 가서는 난간에 발을 올렸다.

방에 있던 나는 너무 놀랐는데 외출준비하던 엄마는 바로 아빠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그즈음 병원에 입원하셨다. 나는 이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힘들다.


이때가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남편을 만났다.

우울했던 나날들에 활력소 같은 만남이었다.

아빠는 얼마 안 가 퇴원하셨고 다소 안정되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상태가 나아진 건 아니었기에

밤에는 아빠가 또 난간에 매달리실까 봐 잠 못 이루고

낮에는 밖에 데리고 나가 볼링도 치고 등산도가고 정말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다.

이러면서 취업이 된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당시 나에게 의지되었던 건 종교와 남자친구였다.

없었다면 어떻게 다 버텨내었을까.


난 취업했고 아빠는 좀 더 나아져 다시 직장생활을 하셨다.

그리고 현재, 내가 결혼하고, 동생도 결혼해 돌도 안된 애기가 있는 지금

또다시 아빠의 불면증은 우리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