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우울증 환자가족의 이야기
6시 땡 칼퇴하고 집으로 가는 차였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 딸, 이거 자전거 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
역시 부모님의 전화는 대뜸 맞는 질문이 재미있다.
어느 날 아빠랑 길 가다 자전거를 보곤
나는 저 자전거 그냥 바로 빌릴 수 있고 원하는 장소에 두어도 된다고 말했다.
아빠는 살짝은 큰 목소리로 아무 곳에 아무 때나? 하며 두어 번 읊조렸는데
엄마와 산책 중에 발견하곤 바로 타보고 싶어 내게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아빠의 흥미는 반가운 일이다.
난 바로 부모님 댁으로 핸들을 돌렸다. 5분 안에 간다고 했는데 그사이에 아빠의 흥미가 식을까 봐
신호대기 하나하나가 초초하기까지 했다.
도착해 보니 전기자전거가 4대나 있었다.
전기자전거는 한 번도 안 타봐서 살짝 당황했지만 평소 타조를 자주 탔던 터라
비슷한 메커니즘 아니겠어? 하며 젊은 나에게 미뤘다.
어플설치하고 네이버페이연동해서 자전거 QR 인증하고
하면서도 이거 아빠가 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당장 걱정은 지우고 드디어 자전거 잠금이 풀렸다.
그사이 엄마는 집으로 갔고
아빠는 오랜만에 설레는 얼굴을 하고 자전거를 곧장 타곤 아파트 단지를 돌기 시작했다.
오르막도 거침없이 올르는 걸 보곤 내심 아빠 체력 죽지 않았네 하고
나는 그 자전거를 따라 뜀박질하니 금세 숨이 찼다.
아빠는 최근 퇴직 후 불면증과 우울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는데,
(불면증은 작년부터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주었다.)
저렇게 해맑게 자전거 타는 모습에 잠시 뿌듯했다. 어릴 적 내가 놀던 모습을 바라보던 부모님의 심정이
이런 거였을까? 이런저런 생각도 들었다.
15분쯤 전기자전거에 재미를 본 아빠는 문득 가격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자전거에는 첫 이용 3번 무료라고 적혀있었는데 알고 보니 5분 이용 무료였고
대략 2,000원 정도의 금액이 나왔다.
타조금액 800원을 얘기했던 터라 전기자전거의 가격이 나조차도 비싸게 느껴졌다.
" 어이쿠, 어이쿠 "
아빠는 자전거에서 내려 복잡해서 못하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이대로 포기(?) 하기에는 모처럼 신나 보였던 아빠의 모습이 아쉬워 길가에 세워놓은
타조 자전거를 찾아 타자고 제안했다. 멀지 않다고 금방이라고
5분남짓 걸었을까, 지도에 나온 자전거를 발견해 QR 인증 후 바로 아빠에게 넘겼다.
전기자전거를 타다가 일반 자전거로 발 구르니 힘듦이 더 훅 왔을 것이다.
또 5분남짓 타고는 복잡해서 못하겠다고 운동장이나 돌자고 하셨다.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며 잘할 수 있다고 어려운 건 없다고
이런저런 어릴 적 기억까지 끄집으며
이런 대단한 사람이라 저런 건 금세 한다고 아빠를 북돋았다. 그러면서도 화장실이 급했지만
아빠의 마음을 살피느라 내 방광은 잠시 뒷전이었다.. (미안해 방광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당근에 올라온 전기자전거 매물도 찾아보며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다가도 문득 전기자전거 사드린들 타실까? 생각했다.
최근에 숨고로 알아본 기타 레슨도 한번받고 복잡해서 환불하면 안 되겠냐고 하셨던 터라
좀 더 신중해졌다.
직장상사보다 맞추기 어려운 게 부모님의 의중인 거 같다.
평소보다 더 찾아뵙고 이야기 듣자.
일요일에 교회같이 가자고 하자.
부모님의 부름 귀찮아하지 말자.
아빠의 한숨과 미소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여러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