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전세계를 크게 달구었던 시리즈가 있다.
바로 '세브란스: 단절'이라는 시리즈인데, 누군가는 2022년의 최고작이라고 할만큼
내용이 흥미롭고, 기괴하며, 속 터지며, 그렇다고 또 너무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세브란스(Severance)' 시리즈는 2022년, 애플 티비를 통해 첫 공개되었으며,
예고편만으로 정말 기대를 끌어올렸던, '떡잎부터 달랐던' 시리즈이다.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반전이 좀 많은 시리즈라, 최대한 스포가 없도록 스토리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루먼'이라는 바이오 회사에서 만든 '단절 시술'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
'단절 시술'이란 회사 외부의 나와 회사 내부의 나를 철저히 분리시켜놓은 시술로,
한마디로 자아를 두개로 나누어, 한쪽 자아는 근무 시간동안 일만 하고, 이 자아가
퇴근을 하자마자 다른 자아로 돌아와 여가를 즐기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일을 하는 자아는 일할 때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으며,
바깥의 자아는 바깥에서만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같은 건 귀찮고, 다른 너가 고생 좀 해줘라'라는 마인드인데,
뭐 다들 한번쯤은 상상해봤던 그런 소재가 아닐까 싶다.
조금은 다른, 신입사원 '헬리'의 등장으로 시즌 1의 내용이 시작이 된다.
헬리는 영문을 모른 채로 굉장히 특별한 사무실에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 기존의 사원들과 인사를 하며, 뭔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헬리는 이곳을 빠져나가야한다며 탈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지만,
외부의 자신이 그것을 방해하며 시청자마저 속이 터지는 갑갑함을 선사한다.
참고로, 극중에서 외부의 나는 '아우티'라고 부르며, 회사 안쪽의 나는 '이니'라고 부르는데,
현실에 대한 걱정은 버려두고 싶어 단절 시술을 받은 아우티가 이니의 요구를 들어줄리 없다.
뭐 아무리 그것도 나이긴 하지만, 귀찮고 짜증나는 일들을 두고 오면 편하긴 하니까.
헬리는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함께 탈출하자고 설득하지만,
뭐 다른 사람들은 헬리만큼 적극적이지도 않고, 상황을 납득해버린 것만 같아
헬리는 점점 더 과격해지고, 헬리에 대한 감시가 더욱 세지는 결과만을 낳는다.
애초에 이런 소재 자체가 숨 막히기도 하고, 이니가 퇴근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순간,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연출이나, 아우티가 자신임에도 말을 안들어주는 것,
또한 백룸을 연상케하는 단조로우면서도 차분한 녹색 배경들이 상당히 소름 돋는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해야하는 업무가 '숫자 찾아서 누르기'와 같은 극도로 단순한 일이라,
더더욱 외부와 차단이 되어있는 분위기를 잘 전달해주었다. 물론 의도된 것이겠지만.
또한, 창문 하나 없어, 하늘을 전혀 볼 수 없는 이 답답한 사무실에 갇혀있도록 결정한 것이
사실상 '나 자신'이기에, 시리즈의 타이틀인 '단절'이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게 느껴진다.
외부와의 단절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 자신과의 단절인 것이다.
어떤 인물들은 잠시동안 외부의 아우티의 몸에서 깨어나기도 하고, 회사 '루먼'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며, 도중에 시리즈를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스토리가 긴박하게 진행된다.
뭐 당연하게도, 시리즈의 사무실 구성이라든지, '숫자 찾기' 등에 하나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며,
'사실은 이것이 실제 우리의 현실을 비유하는 것이고, 자아 분열을 표현한 것이다.'
라는 여러가지 해석들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그냥 이 '갑갑함' 하나만으로 시리즈를 즐기는 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던 그런 시리즈.
시즌 2가 1월 17일에 공개된다니, 시즌 1을 그 전에 한번 더 봐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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