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놀아요

10. 띠엔동으로 펑후 정복하기

by 뚜니

어제 친구들에게 으름장 놓은 대로 오늘은 혼자 놀기 위해 아침 7시 반에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펑후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섬인데,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길게 뻗은 일자 도로 덕분에 방향을 찾기 쉽다.

나는 제일 길쭉한 왼쪽 위로 가고 싶어 핸들을 꺾었다.


바람은 이미 제법 강했고, 태양은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뜨겁게 이마를 두드리고 있었다.

배터리가 조금 간당간당해질 무렵, 잠시 멈춘 곳에 펑후 아쿠아리움이 있었다.

애초에 가려던 곳은 아니었지만 충전하는 동안 시간을 때우기 딱 좋았다.


예상보다 전시가 알찼고, 2층에는 해양 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있었다.

어린아이들 틈에서 나도 같이 손을 담그고, 꼬물거리는 불가사리를 만지작거렸다.

약간 머쓱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게 밖으로 나오니 반가움 대신 당황스러움이 먼저 찾아왔다.
내 띠엔동이 강풍에 쓰러져 사이드미러가 깨져 있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이거 수리비 얼마일까? 지금 가진 현금은 얼마였지?’

손을 덜덜 떨며 띠엔동 업체에 연락했는데, 다행히도 사장님은 원래 잘 깨져서 일부러 싸구려 유리로 해놨다며 걱정 말라고 말했다.


지금 같았으면 사이드 미러가 없어서 위험하다며 돌아갔겠지만 당시의 나는 당차게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른 향(鄉, 대만의 행정구역)이었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큰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런데 바람이 상상 이상으로 거세 다리를 건너는 동안 띠엔동이 자꾸 옆으로 밀렸다.

자연스레 핸들을 꽉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아슬아슬하게 건너는데 성공했다.


목표였던 고래 동굴도 봤고, 맛있다고 들었던 오징어 국수도 먹었다.
하지만 오징어 국수는… 글쎄,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종일 혼자 섬을 달리고, 실컷 보고 먹고 돌아오니 친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혼자였기에 겪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은 아마 친구들과 같이 다녔다면 놓쳤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은 내게 여행에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되뇌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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