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끝내주는 스노클링
아침을 친구들과 함께 먹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일찍 일어나 바닷가를 향해 걸었다.
슬리퍼를 끌고 조용한 골목을 지나며 펑후의 아침을 만끽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로 간단히 허기를 달랜 뒤,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앉아 띠엔동 사장님을 기다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9시였지만 당연히 미국인 친구는 내려오지 않았다.
9시까지 꼭 돈 들고 내려와서 타는 법 배우리고 내가 몇 번을 강조했는데.
아저씨가 미국 친구 몫의 띠엔동을 들고 돌아가기 직전, 그녀가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왔다.
숨을 몰아쉬며 돈을 내밀더니, 띠엔동을 받자마자 툭 던지듯 말했다.
“네가 나 대신 내줬으면 내가 바로 줄 수 있었는데.”
미친 건가 싶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대충 타는 법을 안다며 큰소리 빵빵 치던 그녀는 역시나 탈 줄 몰랐다.
스노클링 장소로 향할 때는 그녀에게 앞장서라고 해 보았다.
그러자 자신만만했던 그 아이는 곡예 운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도 안 보고 뒤돌아보다 휘청, 깜빡이 없이 차선 변경, 브레이크 밟는 타이밍도 제멋대로.
뒤따르던 나의 손에 땀이 흥건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바다에서 한 스노클링은 말 그대로 환상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닷속,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유유히 떠다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커다란 바다거북이, 그리고 스노클링 강사였다.
내가 지금까지 본 대만 남자 중 제일 잘생겼었다.
사르르 녹은 마음으로 스노클링을 끝내고,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며 스노클링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친구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갔다.
그 친구는 띠엔동을 같이 빌리지 않은 걸 후회하며, 나에게 하나 더 빌릴 수 없겠냐고 물었다.
정말 기가 막혀서, 띠엔동 사장님 연락처만 건넸다.
이미 분노 게이지는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고, 결정타는 저녁에 터졌다.
비행기 도착 시간이 늦어 문 연 식당이 없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시간이 넉넉했다.
같이 띠엔동 충전하고 온다던 두 친구는 연락도 없이 30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자기들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검색조차 하지 않았다.
간신히 야채 훠궈를 파는 집을 찾아 들어갔는데,
"야채 훠궈 다 나갔어요."
직원이 말하자마자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휙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뭔가 확 끊어졌다.
"나는 그냥 혼자 먹을게. 너네끼리 밥 맛있게 먹어."
벙찐 친구들을 뒤로하고 다른 훠궈집에 가서 혼자 맛있게 밥을 먹었다.
사장님이 한국인이 어떻게 혼자 여기까지 왔냐며 불고기 비슷한 음식을 서비스로 주셨다.
온종일 눌러왔던 스트레스가 고기 한 점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여행 마지막 날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