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갈등의 시작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따로 적지는 않았지만, 대만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친해진 친구들은 같은 반의 미국인 친구와 룸메이트였던 독일인 친구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장학금을 받고 대만에 온 터라 사전 모임을 통해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친구들이 중국어를 아직 잘 못했어서 통역을 도와주며 점점 가까워졌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그 친구들과 관계를 끊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만에 오기 전까지 나는 영어 회화 연습에 몰두했었다. 그래서 대만에서도 가능한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 영어 감각을 유지하며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장학생 사전 모임에서 영어 원어민인 미국 친구 모니, 준원어민 급인 독일 친구 이다를 만났다. 그 친구들은 중국어를 잘 못했어서, 내 계획은 그들의 적응을 도와주며 나도 영어를 연습하는 것이었다.
지난 화롄 여행을 나 혼자 갔던 터라 친구들이 삐쳐있었는데, 달래줄 목적으로, 그리고 섬 여행은 혼자 가기 무서웠기 때문 세 명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분명히 서양 애들은 동양 애들보다 독립적이라고 들었는데, 이 친구들은 달랐다. 날짜를 잡은 후로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같이 모여서 예약하자고 해도 일이 있다며 미루기 일쑤였다. 결국 내가 적절한 시간대의 비행기표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예약하자고 해서 겨우 예약을 마무리지었다.
여행 당일, 공항이 학교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송산 공항으로 느긋하게 향했다.
비행기는 저녁 7시쯤 펑후 공항에 도착했고, 예정대로 게스트하우스에서 픽업차량이 와 우리를 태웠다.
픽업 차량을 타고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한 뒤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때가 오후 8시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대만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이 많아 워크인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 친구는 채식주의자였고, 독일 친구는 밀가루가 잘 소화가 되지 않는 체질이라고 하여 가능한 음식을 찾기도 어려웠다. 아니 유럽인이 빵 안 먹고 자란 건지...
결국 한 돈카츠집에 들어가 미국 친구는 사이드만 주문했고, 독일 친구는 튀기지 않은 요리를 골랐다.
나야 맛있게 먹었으니 되었는데, 숙소로 돌아오면서부터 이 친구들의 노답 파티가 시작되었다.
다음 날 미국 친구와 나는 스노클링을 예약하여 띠엔동(전기 오토바이)을 빌렸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길래 띠엔동 어떻게 빌리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숙소에서 당연히 빌려주는 거 아니냐며, 그냥 자면 내일 아침에 빌릴 수 있다며 그냥 자려는 것이었다.
내가 한숨을 쉬며 제휴 업체가 있는 것이지 그냥 빌려주는 게 아니다, 내가 부탁해서 내일 오전 9시까지 배달 오시기로 했으니 렌탈비를 미리 준비해 놓고 내려와서 어떻게 타는지 배우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