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이 단숨에 당일치기

7.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뚜니

군산의 초원사진관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 타이베이의 단수이에 위치한 홍마오청 역시 그렇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라 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여행 일정에 꼭 포함시킨다.


어떻게 공부해서 온 대만인데. 매주 주말마다 어느 한 군데를 탐방하겠다는 의지는 나른한 토요일 오후의 공기에 무력하게 무너졌다. 정신없이 잠에 취해 있다 문득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근 들어 예민한 룸메이트 탓에 잠을 설쳤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푹 자고 일어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 이제 밖으로 나설 시간이다.


단수이는 MRT 레드라인의 종점으로, 내가 사는 따즈역에서 환승도 단 한 번이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였다. 사실 예전 대만 가족 여행 때도 한 번 방문했지만, 기억이 희미해서 이번에 다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전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 말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드디어 종점 단수이역에 도착했다.

역 앞의 공원을 지나자마자 눈에 띈 건 곱게 정돈된 유바이크였다.

이렇게 예쁘게 서 있는데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을 가르며 번화가 쪽으로 페달을 밟으니 마침 지역 축제가 한창이었다. 거리마다 사람들로 붐볐고, 흥겨운 음악과 먹거리 냄새에 괜히 좌판을 기웃댔다.

예전엔 단수이 거리에 대왕 카스테라 가게가 즐비했는데. 대만에서도 인기가 시들시들한지 이제는 몇 군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수이와 빠리를 잇는 페리는 특히 해 질 무렵의 풍경이 절경이라고 들었다. 노을이 바다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이 영화 속 장면처럼 황홀하다고 했던가.


오늘의 일몰 시간은 5시 40분. 그에 맞춰 페리를 타려 일몰 10분 전에 맞춰 선착장에 갔건만 이미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나 해가 지기 전에 못 탈까 봐, 자꾸만 시계를 흘끔거렸다.

걱정이 무색하게 제시간에 페리에 탑승할 수 있었고, 빠리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아직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다들 삼삼오오 함께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사이 혼자 서 있는 나는 가슴 한편이 허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외국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고요한 사치’라 애써 나를 위로했다.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겠다는 각오 하나로 한국인 없는 학교를 골라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무작정 신청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