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싯다르타

by 나즌아빠

우리는 생각을 어디까지 밀고 갈 수 있을까?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나 생각이 원래 이거였나 싶을 때 있죠. 이런 경우 당황스럽습니다. 그 마음을 좀 더 밀고 가면 점점 미궁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여러 마음이 교차하면서 생각의 지옥에 빠질 수도 있고요. 헤어나지 못할 땐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운 마음이나 생각을 왜 하는 걸까요? 안 하면 편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마음이 가는 걸 막을 수 없고 생각나는 걸 생각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니 가장 좋은 건 불안함 없이 온전한 마음이나 생각을 갖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내 마음을 알아가는 것 나아가 세상의 온갖 것으로부터 벗어나 평정심을 갖는 것, 온전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29쪽)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인식의 폭이 넓고 깊어질 즈음 타자와 관계에서 오는 마음과 생각의 편차는 혼돈과 이유 없는 열망의 근원입니다. 삶이 먼 훗날 추억으로 혹은 후회로 남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보는 것 같습니다. 그 끝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끝에 선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이것에 목숨을 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다른 가르침, 더 나은 가르침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서 홀로 목표에 도달하든가 아니면 죽든가 하겠지요.(56쪽)

싯다르타의 이런 생각은 존재 근원에 대한 낭만적 탐구자인 생명파 시인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 또한 자아의 정체성을 깊게 고민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 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유치환, 생명의 서 일부)

이와 같이 소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열망 혹은 내 안의 나를 인식하고자 하는 본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요. 즉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오로지 그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이처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었으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75쪽)
강으로부터 그는 쉴 새 없이 배웠다. 그는 강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154쪽)

싯다르타를 읽고 나면 행동과 생각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처럼 살고 싶어 지지요. 마치 고결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하니까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권하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