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성추행합의서”를 검색하셨다면, 이미 마음이 복잡하실 겁니다.
피해자와의 연락이 막혀 있거나, 경찰 조사를 앞두고 ‘합의서가 있으면 괜찮다던데’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합의서’라는 문장 한 장, 아무렇게나 써선 절대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합의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형량을 좌우하는 공식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수많은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서를 다뤄왔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토대로, 합의서에서 ‘무엇을 절대 빼먹어선 안 되는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Q. “성추행합의서, 그냥 금액만 적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아닙니다.
성추행 사건의 합의서는 단순히 금전 거래가 아니라 법적 증명 문서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중요하냐고요?
합의서에는 단순히 ‘돈을 얼마 줬다’는 내용이 아니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명시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빠지면 검찰이나 재판부는 ‘합의가 불완전하다’고 판단하고, 감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사건의 경위와 합의의 진정성입니다.
왜냐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은 물증보다 ‘의도와 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억지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면, 서류가 있어도 무효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써야 할까요?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합의하며, 피의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합의금’만 강조하고 조건 조항을 빠뜨리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합의 후에도 처벌을 원한다면?
혹은 제3자에게 진술을 계속한다면?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합의서에 “본 합의 이후 추가적인 민·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합의서의 본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법적 분쟁의 종결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겠습니다.
“그럼 인터넷에 있는 양식 써도 되나요?”
결론은 ‘위험하다’입니다.
합의서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법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용서한다’ 대신 ‘이해한다’라고 적었다가 감형이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가의 검토 없이 작성된 합의서는 언제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죠.
Q. “합의가 안 되면, 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주장은 이것입니다.
합의가 실패하더라도 ‘형사공탁’을 통해 감형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를 정확히 이해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탁은 단순히 돈을 법원에 맡기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피의자의 선의와 반성을 증명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공탁금은 대체로 피해자의 손해 회복 수준과 유사하게 산정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금액보다 과정’입니다.
공탁 사유서에는 “피해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나, 진심으로 사죄하며 피해 회복을 원한다”는 진술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단순히 돈을 걸어두는 행위와, 반성의 의도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법원이 평가하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또 이런 의문이 생기죠.
“공탁을 했는데도 실형이 나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공탁은 ‘감형 사유’이지 ‘면책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명확히 특정된 사건에서는 공탁보다 직접 합의가 훨씬 강력한 감형 효과를 가집니다.
다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거나 연락이 두절된 경우라면 공탁이 사실상 유일한 선처 통로가 되기도 하죠.
여기서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공탁 절차를 혼자 진행하면 법적 표현이나 금액 산정에서 오류가 생기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공탁 금액이 실제 피해 회복 수준보다 너무 낮게 책정되면 ‘진정성 부족’으로 간주돼 효과가 반감됩니다.
반대로 너무 높게 걸면 ‘형량은 줄었는데 경제적 손실만 커지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합의든 공탁이든, 전략적 조율과 법적 문구의 정확성이 관건입니다.
합의 과정부터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성추행합의서란 결국 한 줄 한 줄이 증거입니다.
“감정이 풀렸으니 괜찮다”는 말보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더 강력하고, “진심으로 사죄했다”는 표현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확인했다”는 기록이 더 오래갑니다.
이런 차이를 아는 사람만이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이미 합의서를 준비 중이거나, 합의가 불발된 상황일 겁니다.
어느 쪽이든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스스로 작성하려 하진 마십시오.
합의서는 감정이 아닌 법의 언어로 써야 하는 문서입니다.
검사 시절 수없이 봐온 합의서, 그 한 문장 차이가 결국 실형과 선처를 가르더군요.
그 경험을, 이번엔 당신에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