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기업의 대표님을 만났다. 이번 이야기는 길어질 거 같다.
지금까지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이때만큼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참으로 특이하고 유쾌하시고 엉뚱한 분이셨다. 내가 만난 대표님 말이다.
벌써부터 미소가 나온다.
시작은 회사부터이다. 물론 회사에 상담 신청을 하신 기업대표님이시고, 전화상으로의 기초는 다 확인헀다.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는 이전에도 말했지만 결격사유 정도이다. 이 기업의 대표님의 경우는 자기는 해당되는 결격사유가 없다고, 일단은 무조건 와달라고 한다.
이거 저거 더 확인을 했고 계약금등 프로세스를 먼저 설명했다. 솔직히 귀담아듣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냥 일단 나를 만나서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통화할 때 통쾌했고, "일을 하면 당연히 일값은 줘야죠. 그런 거는 걱정 말고 되는지 안되는지만 확인해 달라"라고 하신다
대표님 말이 맞다. 일단 내가 전달할 기본사항 등은 전달했고,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하고 안 될 거 같으면 접어야 한다. 가는 시간이 아깝지만 말이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출장 시 출장비용이 부과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초기상담은 내방으로 해서 상담료를 절약하고 계약 이후는 출장비가 없으니 그렇게 구성해 놓았다.(솔직히 컨설팅을 맡긴다면 컨설팅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신뢰감이 형성된다. 더 많은 것을 전달드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 회사만의 룰이 있다. 일단 긴가민가 하면서 처음에 갈까 말까도 많이 망설였다.
여기 회사는 경기도였는데 지역은 지금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확실한 건 화성은 아니다.
난 화성에 한 번도 계약을 한 적이 없다. 화성이 왠지 무섭다. "그것을 알고 싶다"의 찐 팬이다.
그래서 경기도 화성에 대해서 좀 무서운 것 같다. 에헴.. 또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고 말았다.
아무튼 경기도는 화성이 아니면 다 갔었다. 이시절에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화성은 안 간다ㅋ)
일정을 잡았고, 대표님과의 미팅 장소도 확인했다.
이동해서 갔다. 어떤 분일까?
일단은 회사로 가기 전에 커피숍으로 나를 인도하신다.
두 분이 나왔다. 한분이 대표님인 거 같았고 , 한분은 이사님이라고 한다. 이사 라고하기에는 많이 젊다.
그럼 이 회사는 직원이 두 명뿐인가요?라고 질문을 했다.추후 이야기지만 이 이사라는 분은 우동가게를 한다.
우선은 직원 두명이다...그렇다고 한다. 흠.... 이를 어쩌지. 내가 분명히 전화상으로 이거 저거 물어봤을 때 인적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는데, 어떤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하.... R&D 알기는 하시는 건가. 또 첨부터 설명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모르면 처음부터 설명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첫 전화통화를 한 시간 가까이했기 때문에 또 하기가 너무 지치는 상태였다.
다행히도 나랑 통화하고 나서 공부를 나름대로 하셨다고 한다.
그럼 기초적인 설명은 PASS 해도 되는 거다. 슬쩍 떠 보긴 했다. 진짜로 알기는 하는 건지.
아주 얇지만 기초는 알고 계신 듯하다. 이런 경우는 에너지가 조금 그래도 덜 소비되니까 추가적인 부분을 설명드렸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빨리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자신이 없다.
커피숍에서 미팅하는걸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사무실이 없거나 실체가 없는데 돈을 주고 의뢰하는 컨설팅이라고 해도, 거꾸로 기업들이 나한테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일 경우도 있다는 거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계약을 거꾸로 막 하자고 하고 회사는 안 보여준다. 홈페이지라도 있으면 되는데 그것도 없다. 이러면 난감하다.
하자고 하는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두근 세근이다.
말씀드렸다.
"사무실은 없으세요?"
다행히 대답을 하신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일단 지금 기계를 개발하고 있는데 테스트하는 공장 같은 사무실은 있다"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그러고 나서 결정하시죠" " 내가 원래 잘 안 보여주는데, 이거 대기업에서 내 거 보고 가서 따라 해서 지금 체인점 내고 나는 그 바람에 망해버렸거든요" " 이 기계의 핵심이 있는데 이거를 다른 대학교 박사님이 와서는 이 대기업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와서 이거 나랑 진행하자 나한테 기술을 팔아라 " 이런 말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내가 아주 조심스러워요"
아 지친다. 물론 기업에게는 아주 소중한 아주 중요한 기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사업을 할 것은 아니기에 기술을 탈취해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어쩌겠나...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실제로도 중소기업들에게 투자를 한다고 모든 경영상 태나 아이템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결국에는 무산되어 알고 보면 대기업들이 먼저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뺏겨서 제품화한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닌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상무 님하고 미팅하고 나니깐 보여줘도 될 거 같아서 같이 가시죠"라고 말씀하신다.
다행이다. 뭔가 있기는 있나 보다. 그래도 믿음과 신뢰를 준 모양이다. 마음의 문을 여신 거 같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커피숍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칭칭 쇠고리로 감아놓은 큰 컨테이너 같은 사무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갖가지 의자와 테이블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때 당시 빙수가게가 성행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빙수가게가 "설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중소기업 대표님은 얼마 전까지 다른 체인점을 많이 운영하셨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밀렸던 것이다.
"설빙"과 이 기업의 대표님과 어느 정도의 경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고 알아도 말 못 한다. 아무튼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부터 봤다. 자리가 뭐가 있을까 다행히도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난 항상 공책을 들고 다닌다. 기업들의 모든 정보가 그 공책 안에 다 있다. 첫 미팅 때 무조건 기업대표님들이 하는 말을 다 옮겨 적는다. 그러고 나서 궁금한 거는 물어보고, 다시 정리를 한다. 그게 내 습관이고 지금까지도 꼭 하는 일중에 하나이다.
자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나를 이리로 데리고 왔다. 그거까지는 나도 알아들었다.
그래서 여기서 뭘 개발하는지가 중요하다.
기계 2대가 있다. 갑자기물을 기계에 투입하신다. 기계 안에서 정말 고운 눈 보다 더 더 입자가 고운 얼음이 갈아서 나온다. 엄청 빠른 속도로 말이다.
이걸 제대로 개발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구동하는 장면을 보여주시려고 나를 그리로 데려가신 거다.
이것저것 여쭈어 봤다. 엄청 열정 적으로 말씀하신다.
개발을 하고 싶은 것은 소음이 작고 진동은 수랭식으로 해서 모터직결 구동방식의 자동 빙수기계이다.
이 기계는 얼음을 나오게 하는 속도가 빠르다. 타깃은 필리핀으로 정하신 듯하고 중국과업체와 MOU를 맺은 상태이시기도 하다. 일단은 직접 다 개발을 하셨고, 다 알겠다.
빙수기계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주 더운 나라에서는 팥빙수를 팔면 얼음이 빨리 녹아 버린다고 한다. 여기서 추출되는 얼음은 녹는 속도가 늦다고 한다. 더운 나라에서 제격이라고 한다. 뭐 어쨌든 기업 대표님이 그렇다고 한다.
더 자세하게 말은 할 수 없다. 항상 그렇듯이 기술에 대한 것은 민감하니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디저트 시장 쪽으로 타깃을 잡으면 될 듯하다. 디저트시장이 아니면 외식시장으로 잡으면 될듯하다.
시장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니즈와 개발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해서 계획서에 적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머지는 차근차근 자료를 찾아서 조사하면 된다.
일단 우리는 아이템을 보고, 기업의 대표님의 사업계획을 듣고 판단한다. 결격사유가 없으면
우선 진행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한 번만에 선정될지 안될지는 미지수라는 것도 말했다.
하지만 미선정되더라도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으니 그걸로 수정하면 된다고도 말씀드렸다.
흔쾌히 OK를 하신다. 난 기업에 방문할 때 사용을 하던 안 하던 무조건 회사의 계약서는 도장을 찍어서 간다. 상대방기업의 도장만 받으면 되도록 준비해서 간다. 이날도 마찬가지였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은 체결되었다., 입금도 보는 앞에서 다 해주셨다.
이때부터 이 대표님과의 본격적인 파트너십은 구성되었다. 전화번호 저장도 했다 하하하...
말씀을 하실 때 매우 재미있게 하시는 대표님이셨다. 하지만 저렇게 발표하면 떨어진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아직 시작이니깐 이거는 나중에 말씀드리자고 생각하고 우선은 접수를 위한 자료들의 취합부터 해서 대표님게 이거 저거 요청드리고 확인을 했다.
우선 필요한 것들 하셔야 할 것들 등을 숙제를 내드렸다. 며칠까지 기한도 정해드렸다. 안 그러면 안 하실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탕하시지만 조금은 불안했었다. 기간은 좀 걸렸다. 미리 준비해서 다행히 다음 연도 과제의 모든 기회를 놓치치 않았다.
그렇게 계획서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고, 기업은 만족해하셨다. 그렇다 계획서는 서로 만들어가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성능지표에 대한 개념도 설명드렸고 알아들으셨고 지표도 완성했다.
그렇게 1차 과제에 도전했다.
결론부터 말하고자 한다 여기 기업은 오늘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차 과제: 서면제외
2차 과제: 서면 제외
3차 과제: 서면추천대상
3번 만에 서류가 통과되었다. 그동안 느끼신 것도 많으셨다. 중간에 한 가지 과제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동일 아이템으로 해서 포기했다. 그래서 3차 과제 2개 선정된 것 중에 하나만 선택했다. 금액이 조금 더 높은 쪽으로 말이다. 중요한 대면평가가 남았다.
지금은 3차 과제가 많이 없다. 그런데 이때는 많았었다.
그래서 지속 도전이 가능했다. 아무튼 그렇게 서면이 통과되고 나니 대표님이 2번의 탈락을 통해서 경험하신 것과 배우신 것이 많으신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서류통과되고 나서 신이 나신 것 같다.
나도 너무 좋았다. 대표님이 잘되었으면 했었다.
이때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상무님 내가 너무 기분이 좋다" " 사실은 내 사위가 가수다"
가수요? 가수 누구요?
"임 00"이라고 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유명한 가수이다.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고 콘서트도 자주 하는 가수다. 이 대표님의 성은 "서"가 이시다.
아무튼 그걸 뜬금없이 고백을 하신다. " 아 그러세요" " 좋으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이야기고 생각 안 한 반응이었나 보다.
"콘서트 티켓이라도 구해서 드릴까요?"라고 한다.
" 아. 대표님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직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기다리는 팬들도 있고 그 티켓은 진짜 "팬분"들이 갖는 게 맞죠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서류합격의 경쟁률이 매우 심했던 시절이라서 대면평가만 잘 받으면 승산은 있다.
하지만 사실 최종 선정이 확정이 아닌 것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따로 있어서 그 외에는 관심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기는 했다.
대표님과 꽤 친분이 생겼다. 3번의 도전을 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대표님이 말하신다 " 사위가 이런 거 하지 말고 그냥 자기 하는 일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 나는 내가 일해서 버는 게 맞으니까"" 사실 와이프도 이거 하는 거 몰라요. 내가 하도 뭐 한다고 다 해놓고 말아먹으니까 집에서도 뭐라고 하는데 이번에 내가 한번 딱 이거 되면 나도 잘했다 소리 듣겠죠? "라고 해맑게 말씀하신다.
"아고 대표님 그 정도 가수면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가수인데 진짜 가서 애기들 봐주시고 그렇게 노후를 보내시는 게 좋기도 하긴 하겠네요" " 근데 뭐 대표님 생각은 그게 아니라고 하시니깐 제가 뭐 무슨 말을 하겠어요 하하하하"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이런 사담은 조금 나누었다.
[대면평가 연습]
대면평가 연습을 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또다시 시작이다.
대표님이 잘해야 한다. 발표도 잘해야 한다. 연습을 시켜드려야 한다.
기술에 대한 부분은 직접 개발을 하셨으니 잘 아실 거다. 다른 이런저런 것을 코치해드려야 했다.
솔직히 받은 자료가 너무 많이 없어서 진짜 고생해서 작성된 계획서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작성이 많이 되었다. 수학 수식들도 많고, 여러 가지 옵션을 우리가 구성했다. 3번째에 무조건 서류가 붙어야지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할 과제가 많이 없었기에 우리는 진짜 밤을 새워 가면서 이 기업에 대한 자문등을 아끼지 않았다. 이 기술이사는 지난번 전라도 기술이사와 동일하다. 난 솔직히 이 일을 하면서 이 기술이사를 가장 신뢰한다.
지금도 나와 같이 일하고 있기도 하다.
자 대면평가 연습을 위한 준비를 한다. 여기서도 에피소드가 있었다.
대표님이 기분이 너무 좋으신 모양이다. 대면평가 연습을 3시간 동안 한적은 거의 드물다 한 시간 내에 끝낸다 피드백까지 말이다. 나머지는 이메일로 전달드린다. 그런데 이 기업의 대표님은 3시간을 했다.
하나하나 말실수하시는 것들, 말이 씹어지는 것들, 계획서의 내용에서 중요한 것에 대한 이해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린 너무 힘들었는데 대표님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신나게 하신다.
어느덧 시간은 7시가 되었다. 알지만 서울의 교통 체증은 진짜 최악이다.
내가 사는 곳은 인천인데, 서울에서 인천까지 진짜 죽음이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기업대표님께 말했다.
" 대표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고 내일 다시 하실까요? 저희가 메일을 드릴게요"
기업 대표님이 말씀하신다.
"그럴까요? 근데 이메일 말고 내일 내가 다시 올게요"
그러면서 나한테 카드를 하나 주신다. 신용카드 말이다.
"엥???? 이걸 왜 주시지??" 생각했다.
"대표님 이거 왜 주시는 거예요????????? 진짜 물음표였다.
우리한테 파이팅 하라고 하신다. 컥.....
카드로 직원들 저녁이라도 사 먹이라고 하신다. 내일 카드 다시 돌려주면 된다고 하신다.
일단 받기는 받았다. 여러 번 거절했지만 끝끝내 카드를 그냥 내 공책 위에 던져두시고는 가버리신다.
➰ 전화를 했다. " 대표님 카드로 제가 얼마를 쓸지 알고 주고 가세요~ 저 엄청 많이 쓸 건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대표님이 말하신다. " 써요. 쓰라고 준 건데,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하는 거 같아서 밥이라도 맛있는데 가서 먹어요 커피도 한잔씩 사서 드시고"
대표님에게 이야기했다.
"대표님 우리 직원이 많은데 이거 다 사면 돈 많이 나와요. "
그러자 대표님이 말하신다.
"먹는 데는 아끼면 안 되는 법이에요. 그냥 맘 편히 써요"
일단을 알겠다고 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카드를 받았다.
카드를 받고 대표이사에게 가서 말했다. 어떤 어떤 기업이 있는데 이거 주고 가셨다. 이거로 뭐 사 먹으라고 하신다. 회사 대표님은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신다.
그다음 날 아침에 딱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해서 커피를 한 12잔? 정도 산거 같다.
전부다 아이스아메리카노로 통일했다. 금액은 한 2-3만 원? 이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12잔의 커피에 기업대표님의 커피도 포함되어 있다.
카드를 그냥 줄 만큼 날 믿으신 거다. 그렇다고 해도 막 쓸 수는 없다.
성의는 무시할 수 없으니 적당히 3만 원 이내로 해서 커피를 샀다.
다음날 대표님이 다시 오셨다.
연습은 꽤 이제 순조로웠다. 나름 연습한 보람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엉뚱한 말을 하신다.
이날은 등산복 차림이 아니라, 정장처럼 입고 오셨다. 마지막 연습이라는 걸 알아서이다.
그런데 정장에 못 보던 브로치가 보인다.
보니깐 국회배지 비슷한 것이 보인다.
내가 물었다. "어? 대표님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그렇게 묻자 그 대표님이 머쓱하게 말씀하신다.
"아 이거?" " 내가 저기 중기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서류 붙었다고 하니깐 자기가 힘 좀 써주겠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이거는 그냥 있어 보일라고 비슷하게 생긴 거 하나 사서 꼽았어요"
흠.... 이걸 어쩌지. 어디서 또 이상한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다.
말도 안 된다. 실무를 보는 평가위원들은 그때그때 선별해서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심사를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그냥 말했다. " 대표님 이거 배지 차고 들어가시면 백 프로 개망신당하실 거예요" " 그냥 떼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윗분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저는 그건 좀 믿어지지 않네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
"아마 제 생각이 맞다면 그분 좀 이상하신 거 같아요 그 윗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는 좀 이해가 안 가네요"
이렇게 직언을 했다.
너무 귀여우시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사실은 컨설팅을 하면서 간혹 자기가 서류만 붙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 대면평가는 발표만 잘하면 웬만하면 붙여주도록 말해놓는다고 하더라 등의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런 기업을 컨설팅하다 보면 초반이 아니라 서류가 붙고 나서 그런 말들은 많이 들었고 결론은 안 좋았다.
말도 안 된다. 그런 건 짜놓은 고스톱 같은 그런 것이 따로 암암리에 있긴 하다고 알고 있다. 하나만 뽑는다던지 하는 공고들이 대표적이라고 알고 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표님들이 있으면 " 잘됐네요. 그럼 확실히 해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저도 기대할게요"라고 말해버린다. 어차피 안될 일이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다. 괜히 서로 맘만 상한다. 그래서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게 장단을 맞춰준다. 이런 일은 정말 간혹 있다. 자주는 아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 만이 정답이다. 인맥? 노노~~ R&D과제는 더더욱이 그렇다.
아무튼 이번 기회로 또 빵 터졌었다.
대면평가를 마무리하시고 전화가 오셨다.
궁금했다.
"대표님 배지는 빼고 들어가쎴죠?"라고 물었다. 신경이 쓰였다.
"네. 그거 말 듣고 나니깐 못 끼고 들어가겠더라고"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등등을 여쭈어 보았다. 대다수의 질문들이 예상질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시냐. 기다려 보자. 이건 항상 하는 말이다.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떻게 대답했는지 대충 들으면 답이 나온다.
우선은 말로만 들었을 때는 추천제외가 확실하다.
하..... 이제 기회가 없는데... 떨어지면 진짜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전화통화 당시 대표님이 말씀을 또 꺼내신다.
"걱정 마요. 내가 어떤 질문두 개 정도는 대답을 잘 못하긴 했는데 발표는 연습한 대로 잘했으니 그리고 이거 분명히 나한테 합격시켜 주겠다고 거기 부처 사람이 나한테 말했으니깐 기대해 봐요"라고 말씀하신다.
하... 아직도 내 말을 제대로 안 들으시는 것 같다. 간절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나도 잘 안다.
이 순간 갑자기 멍해졌다. 한순간 뇌리를 스치는 기분. 아. 이 대표님 혹시 그분한테 돈준거 아닌가???
이때부터는 진짜 거세게 물었다.
"대표님. 솔직히 말해보세요. 제가 배지 그거 당당하게 정장 위에 꼽고 우리 회사 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분한테 혹시 돈 같은 거 드린 거 있어요? 얼마 드렸어요? "
사기당하신 거 같다는 생각이 심하게 들었다. 왠지 모르겠다. 난 이런 부분에서는 언제부턴가 도가 텄다.
촉이 그쪽으로 아주 발달된 거 같다.
전화가 잘만 들리는데 안 들리는 것처럼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말만 하신다.
하.... 무슨 내가 보이스피싱도 아니고 뭐 계속 " 여보세요" 이신가....
나도 말하고 싶다 젠장 " 많이 ↗당황 하셨↘죠?↗"라고 말이다. (마음속으로)
이 무슨 코미디인가.
대표님께 말했다. "대표님 저는 전화 엄청 잘 들리는데요? 안 들리시면 다시 전화드릴까요?"
대표님이 말씀하신다 " 아 이제 잘 들리네요. 뭐라고 하셨죠?라고 또 묻는다.
이 기업의 대표님께서는 나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하신다.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의도인지 그때끄때 분위기에 따라서 하시는 말이고 편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나를 무시해서는 아닌 걸 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직언을 하고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침착하자
다시 말했다.
"아니 그니까~ 그 윗분! 그분이라는 분한테 돈 주셨나고요~~!"
이제야 이실직고 말씀 하신다.
"아니 뭐 술 한잔하고 좀 쥐어 주긴 했지~~"" 아이고 괜찮아. 내가 사기당했을까 봐?"라고 말씀하신다.
즉각 대답했다. 1초도 안 걸렸다.
"네. 대표님 사기당하신 것 같아요. 그런 사람한테 줄돈 있으면 그냥 대표님이 더 맛있는 거 드시고 하세요. 지금 돈 없어서 연구개발비 타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건데, 붙여줄 거면 1차 때 됐겠죠. 애초부터 말도 안 된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 그 사기꾼 누구예요? 제가 신고하게요"라고 말을 했다.
기업대표님이 팔짝 뛰신다.
"아이고. 이상무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진짜 라니까?"
"하..... 대표님 왜 사위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기 일 도와달라고 한지 저는 알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아.... "
기업 대표님이 이때 욱하셨다.
"아니 사위얘기는 왜 해? 나랑 상관없는데 이거는 이거고 그거는 그거지~ 이거 하는데 내가 집에 도움 받은 것도 없는데"라고 역정을 내신다. 또 심기를 건드린 듯하다.
이때는 물러서야 한다. 나도 너무 간 거 같다. " 네. 대표님 그냥 답답해서 말이 나왔어요."
그때 서야 말씀을 또 이어 가신다. "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일단 기다려 봐~~"라고 하신다.
이 대표님을 경험해 본 결과 이럴 때는 그냥 알았다고 하는 게 답이다.
그래서 알겠다고 말했다.
대면평가 결과가 2주 조금 지나서 나왔었다.
대면평가 결과 : 추천제외.
당연하다. 난 전화도 하지 않았다. 대표님이 아마 무척 부끄러우실 것이다.
이메일로 적어서 보내드렸다 미선정된 이유에 대해서... 한 일주일 있다가 연락이 오신다.
"아니 우리 선정이 안된 거예요?" "그럴 리가 없는데? " " 이상무 말 들을 거 그랬어요"
이미 늦었다. 버스는 떠났다.
"대표님~ 이미 지난 거는 어쩔 수 없는데, 앞으로는 그런 말 믿지 말고 뭐든지 정석으로 하셔야 해요."
"다른 사업은 접대도 해야 하고 하지만 R&D는 그런 게 아니니까요" " 이제 아셨으니까 다행이에요"
이제 계약기간이 거의 만료가 되기 직전이었다.
"대표님 어찌.... 이거보다 낮은 금액이긴 한데 공고가 하나 더 나왔어요. 이쪽으로도 한번 해볼까요?"라고 말씀드렸다. 대표님께서는 "그래야죠. 그거라도 다시 넣어보죠"라고 하신다.
과제의 공고마다 원하는 특성이 있다.
선정된 과제와는 성격이 다른 과제이다. 그렇기에 동일 아이템이라도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빠르게 작업해서 접수했다.
서면결과: 추천대상.
또 서류가 붙었다. 하... 이제 진짜 이게 끝이다. 이거라도 붙어야 한다.
또 대면연습을 한다. 이번엔 제법 잘하신다.
대면평가를 마쳤고 결과가 나왔다.
최종대면결과 : 추천제외.
기회 두 번을 날렸다. 대면평가에서... 이런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 기업의 경우는 너무 열받았다. 누군가 사기치고 있다는 사실, 그걸 또 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는 사실. 물론 그 사람 때문에 떨어진 건 건 아닐 거다. 대면평가를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직접 하기 때문에 발표역량의 부족이나 질의에 대한 답변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그날 대면평가방에서 이 기업의 기술보다 더 좋은 기술이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결론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총 6개의 과제를 들어갔고, 3개가 서면이 붙었고 하나는 포기, 두 개는 탈락이다. 최종결론은 말이다.
대표님 이제 계약기간이 만료됐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까지 모인 계획서로 투자를 받으시거나 아니면 이거를 잘 활용하시면 기보나 신보 쪽에 대출증빙 서류로 내시면 될 거예요. 여러 가지로 활용가능하시니까 잘 보관하시고 사업에 사용하세요.라고 말했다.
기업대표님은 재계약을 원하셨다. 돈이 들어도 말이다. 그런데 아니다. 안된다. 내가 자신이 없다.
대표님도 좋고 다 좋은데 그게 문제다. 너무 친해져 버렸다. 내가 우려한 바이다.
너무 친해지면 일하기가 힘들다. 너무 의지하시기 때문이다.
이후 대표님께 가꿈 연락이 왔고 안부인사를 전하시곤 한다. 그러면서 다른 아이템을 이야기하시기도 한다.
최근에는 1년 전에 연락이 왔었다. 제주도에 있다고 하신다. 거기서 사위가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서 지휘감독 하시고 공사하는 거 좀 봐주시고 어쩌고 저쩌고 하신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직도 R&D의 꿈은 접지 않으신 듯하다.
말씀드렸다. "전 대표님이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 그래서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사람 믿지 마시고요 제가 나이는 한참 어려도 저희랑 일하시면서 이제 R&D의 생태계는 잘 아셨잖아요"
그러자 대표님이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언젠가는 내가 또 이상무랑 일할 게 있을 수도 있지! "
웃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때는 내가 두 번째 R&D회사에서 일할 때라서 내 직급이 바뀐 지도 회사가 바뀐 지도 모르셨다.
"❤네 대표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이것이 이 기업의 대표님과 스토리의 결말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최종선정은 안되었다. R&D에 100%는 없다.
이렇듯 과정이 중요하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협조하여야지 그나마 결과가 좋은 것이다.
더 이상 피해 보는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 제대로 된 컨설팅사를 만나 자문을 받고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험하다.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이 세상에 꼼수로 R&D자금이 풀린다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의 미래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4.09월이다. 이제 곧 추석이 될 거고, 내년에는 많은 과제가 나올 것이다. 예산안이 발표되고 국회를 통과했다. R&D예산은 2023년 역대치 보다 더 높아졌다. 2024년 많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중소기업들이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2023년보다 더 많은 R&D예산이 집행된다.
내년을 준비하시는 기업들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 준비하시라. 그리고 잘 알아보시고 진행하시라. 라인을 타고 과제를 한다? 절대 불가능하다.
기업들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