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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ug 26. 2024

그들만의 리그, 웃픈 현실, 냉혈함

이 사건에서 헤어날수가 없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어느정도 있었을까? 

이제 곧 모일 시간이다. 사기당한 10군데 회사의 대표들 말이다.

정해진 장소에 가니 경찰서에서 나온 조사관 3명이 쪼르르 앉아서 노트북을 키고 나를 반긴다.

아 이분이 최초 신고자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사건을 모으신 분이고 사기 당하신 당사자 이시기도 한거죠?


젠쟝, 그래 맞다 내가 사기 당했고 내가 여기저기 들쑤셔서 다 알아내서 소집했고, 어찌보면 가장 먼저 눈치챈거다 그래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 맘속 깊은 분노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 경찰 뭐지....


자리에 앉았다.

여기 제가 아는 형님이신데, 제가 원래는 경찰서에서 사건 접수나 수사를 해야 하는데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명성이 있다보니 아시지않냐 여기 소문 빠른거... 그래서 여기서 수사를 하겠습니다. 이해좀 해주세요.

경찰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는 나중에야 알았다. 당연히 정식 수사는 경찰서에서 해야지! 왜 사무실에서 하냐고! 뭐 특수한 경우나 그런거도 아니고!!!! 


아 글을 적으면서도 한참 전에 일인데도 열받는다.

그래도 침착하자.


일단 사건의 전말을 다 이야기 헀다.

그떄 알았다 3년에 한번씩 똑같은 사건이 수산물 업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었다는걸.,

이 고질적인 관습이 당연하다는것을. 얻어걸린게 나 라는것을......................


사건은 이랬다. 3년에 한번씩 이러한 동일 수법으로 수산물을 거래하다가 한번에 장소를 특정해서 온갖 물건들을 다 주문하고 하차 받고나서 잠수타고 물건들은 전국 각지의 지방 냉동창고로 퍼져서 알수없는 사람들의 물건으로 등록되어 보관료를 납부하면서 판매되고 있고 판매수익은 당연히 100% 그 사기꾼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아마도 그 놈일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놈

경찰은 알고있는듯 하다.

그놈이 누구인지.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온다. 나도 놀랐다. 내가 그만큼 수산에 몸을 깊숙히 담고있었고 내 입이 거칠어 질만큼 거칠어져있었다는 사실을.... 경찰관들은 친절했다. 

난 돈을 받고싶다고 했다. 경찰은 아마 못받을거라고 한다. 누군지 짐작은 가서 위치 추적등 치과 의료기록 등등 뭐 어쩌고 저쩌고 해서 알아보고 있다. 수배령 내렸으니 조만간 잡힐거다 라고 한다.

허무하다.

너무간단하다.

열받는다.

더 열받는건 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해본 사장들은 못받을걸 알고있다. 그자리에서 이정도 했으면 잡힐거니깐 뭐 어쩔수없지. 각자 술약속을 잡고 골프 약속을 잡고 흩어진다.

와..... 진짜 이게돼?? 어이가 없다. 결론은 나만 포기하면 되는거다.


사건은 여기서 종결. 더이상의 수사는 없음.

몇개월뒤 연락이 왔다. 잡혔다고 한다. 인천교도소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사기전과 7범이라고 한다. 사기는 치려고 맘먹으면 아무도 당할수 없다는걸 이때 배웠다.

두번다시 사기 당하지 않으리라 맘먹었다. 내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 죄책감, 허무함,공허함 그 모든 표현을 써도 모자랄 만큼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장들을 보니 더 내자신이 허무하고 공허함은 무론이며 작게 느껴졌다.


역시 너무 앞만 보고 달렸구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이 이야기는 수산물에서도 흔히 있는 이야기이고, 그때는 그저 지나간 일이 잘못인걸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환경속에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것을 잏는다는것이 맞다는것이 내가 너무 익숙하다보니 소중한것을 잃은것 같다. 소중한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내 인성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그리고 주변환경의 변화등인것 같다.


사실 이말은 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는 할수있을거 같아서 말해본다.

R&D와는 상관이 없지만 이말은 꼭 해보고 싶다.

수산물을 수급하는 생태계는 경매가 시작이다.

새벽2시부터 바쁘게 어판장은 움직인다. 서로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수산물의 자기 분야의 생선들을 싸고 질좋은 것으로 경매받는것, 그것이 시작이다. 어판장에 수십 수천 수만 마리의 생선들이 품종별로 깔린다. 경매사를 통해 경매를 받으면 바닥에 있는 생선들을 차에 옮겨싫는 일이 시작된다. 이때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가 구르마에 얼음을 가득 싫고 와서 바닥에 있는 생선위로 쏟아 붓는다. 그러고 뒤섞는다. 수산은 신선도가 생명이니까.... 그리고는 화물차가 들어온다. 

얼음이 섞여있는 생선을 어서 빨리 옮겨담아서 우리같은 생산 공장에 보내야 하기때문에.


내 공장 또한 그랬다 경매를 받고 (지정된 경매사가 있었음) 경매받은 생선을 최대한 얼음을 많이 퍼부어서 실어오면 새벽 6시쯤 되서 공장 1층 하역장에서 삽으로 쓸어서 통에 옮겨담아 공장으로 올려보내면 작업이 시작된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 생산이 시작된다는 것인데, 이 과정속에서 내가 들었고 느낀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좀전에도 말했지만 신선도가 중요하고 싸게 사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빨리 물건이 와야 생산이 시작되니깐 빨리 상하차를 하는게 중요하다. 옮겨오는 과정에서도 생선들이 부딪히고 상처가 나기때문에 보물단지처럼 생각하고 이동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을 실어서 가지고 오는 차가 빨리 오는게 중요한다.


경매를 하게되면 얼음을 붓는 인력과 화물차를 보유하고있는 차량들의 정렬이 있다.

쫘악~~~~~~~~~ 물건을 실어 나를 화물차들이 어판장 앞에 줄지어 있다. 마치 서울역에 택시들이 줄서있듯이..... 그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생선을 바닥에 부으면 사이지별대로 골라서 담는 아주머니들이 수백명 있다. 쭈그려 앉아서 내가 산 물건을 사이즈 별대로 구분해서 상자에 옮겨 담거나 나무판에 옮겨 담는다.


사람이 치었다... 생선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지못하고 화물차들이 자기 물건 실어나른다고 후진을 하다가 아주머니를 밟고 지나간 것이다. 즉사다... 

당연히 119가 와야 한다. 응급조치도 해야한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그누구도....... 

이유???????? 물건을 싸게 샀고, 빨리 공장에 보내야 하니깐. 그리고 어차피 화물차들로 꽉차서 후진이 안되기 때문에 119는 올수가 없는 조건이다. 


난 그때 공장에 있었지만, 그 소식을 그날 오후에 얼핏 들었다.

웃으면서 어떤 사장이 말하더라. 이사장 오늘 물건 진짜 지갑 주운거 아니가 겁나 싸게 샀다더만 고기 어떻노 좋제? "네 물건 좋네요 오늘 작업도 빠르겠어요" 대답했다.


그때 말끝에 근데 오늘 이사장 물건은 아니고 다른 물건인데 경매 끝나고 나니깐 난리 났데~ 아줌마가 선별하다가 화물에 깔려가지고 죽었다 아이가~ 119도 못들어 오는거 안다 아이가. 우리가 선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아이고, 그아줌마만 불쌍하지, 우리는 그 아줌마 시신 수습도 5시간 있다가 하는거 봤는데 다 찌그러 져서 난리도 아니더라 카데~ 우짜겠노. 그래도 우리는 오늘 물건 싸게 샀다고 지갑 주웠다고 하면서 담배피면서 술한잔 하러 왔다 아이가~


이땐 몰랐다 이게 아주 큰 일이라는 것을.

근데 난 그때 아 그래요? 암튼 저 바쁘니깐 계산서 보내주세요! 

이게 나였다. 그때의 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됬다. 내가 어찌할수 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지나쳐서는 안되는 거였다. 이말을 하는 이유는 수산물의 세계는 그만큼 냉정하고 그만큼 험하다는 거다.

어쩌면 나도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닌 짐승의로서의 삶을 살았을거라는 것을... 한참 지나서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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