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에 다녀야 하는데, 자율신경실조증을 앓기 시작하다.
"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기차에 치여 죽고 싶을 만큼 힘들면 잠깐 쉬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2학년 2학기 중도 휴학 신청 버튼을 눌렀다.
누군가는 내가 도태될 될 사람이며, 이 정도의 고통은 견뎌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뭘 할 의욕이 사라졌다.
지금이 아니면 쉴 수 없을 것 같기에, 후회 없 이 휴학을 눌렀다.
나의 휴학이 갑작스러울 독자들을 위해, 2학년 2학기 전까지의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는 아파도 가야 하는 곳, 싸가지가 더럽게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그만인 곳이었다. 항상 나보다 눈에 보이는 성적을 우선시하면서 살아왔다. 나보다 성적이 낮으면 열등한 사람,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열등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이 노력하는 우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왔다.
열등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나에게 되돌아왔다. 대학교에 와보니,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공부도 잘하는 괴물들이 바글바글했다. 난 이제껏 해왔던 방식대로 몸을 갈아 넣어 공부하면 평균은 될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내가 체력과 잠을 갈아 넣어서 성적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열등감이 체력을 이길 때까지였다.
그렇다. 이젠 내가 예전에 말하던 열등한 사람이 되었다.
2025년 1월, 대학교 1학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면서 열등감과 학업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나는
결국 이상한 병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이 답답하고 심장 부근이 조여왔다. 당연히 나을 줄 알았기에 그 상태로 해외여행을 갔더니 몸을 챙기지 않는 나를 질책하듯이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통증이 급습했다. 이대로는 해외에서 죽을 것 같아 죽어도 한국에서 죽고 싶었던 나는 가는 티켓을 급하게 끊어 한국행을 선택했다.
심장이 찢긴 고통을 겪은 날을 기점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게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갑자기 긴장되고, 1시간 이상 활동할 수 없는 물에 젖은 솜과 같은 몸이 되었다. 갑자기 열이 나거나 얼굴이 붉어지게 얼굴로만 열이 오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심장이 뛰니, 당연히 심장의 문제라고 생각해 심장내과를 가보았다. 24시간 심전도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럼 대체 내가 겪는 이 증상들은 뭐냐고!! 일단 심장에 문제가 없으니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도 학교를 휴학할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1학기를 휴학해도 되지 않았냐? 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 건강 때문에 학교를 쉬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했고, 나의 열등감이 끊임없이 동기들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쉴 수 없었다. 도태되면 이 사회에서 열등한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안 그래도 여기 동기들에 비해 열등한데 여기서 더 뒤처질 수는 없었다. 내 건강보다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미친놈이었던 것이 드러나는 생각이다.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버티려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몸뚱이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심박수가 100이 넘는 상태에서는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상황이 긴장되었고, 등을 대면 심장의 울림이 전신에 전해졌다. 신경과에 가서 자율신경 검사를 하고 이때 심장 문제가 아닌 자율신경실조증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은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인데놀(교감신경에서 심장으로 가는 물질 감소시키는 약) 을 먹기 시작했다. 심박수는 확연히 내려갔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의사선생님 말대로 이 약을 일주일만 먹으면 나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긴 투병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초입에서, 2학년 1학기 등교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