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실조증을 겪으며 카이스트 한 학기 생활한 방법
인데놀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심장은 정상적으로 운동하는 것 '처럼' 보였다.
약이 몸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2학년 1학기를 시작했다.
초반엔 분명 버틸만했다. 왜냐고? 온라인 수업이 많아 침대에 누워서 들으면 할 만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대충 끼니를 때우고, 사람이 없는 점심시간에 수영을 하고 돌아와 잠만 자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앉아있으면 숨이 잘 안 쉬어지기에 누워있거나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인데놀을 먹으면 심장박동수는 정상이니,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서 인데놀의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째로, 머리가 멍해지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이었다. 원래는 한 달 전 대화한 내용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복용한 후에 2~3번 들어도 기억 안 나거나, 내가 세워둔 자전거 위치를 까먹는 등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공부할 때도 생각의 전개가 진행되지 않았다. 총명함을 누군가 다 가져가버린 것 같았다.
둘째로, 우울해졌다. 물론! 자율신경실조증을 겪는 환자는 항상 증상에게 고통받고 있으니 자연스레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을 먹고 난 이후 정도가 지나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내가 왜 밥을 먹어야 하지?" "어차피 죽을 건데 공부와 학교가 다 무슨 소용인가" "차에 치여 죽으면 아프려나.. 부모님은 슬퍼하시려나.."는 생각이 나의 사고 체계를 망가뜨렸다.
셋째로, 몸이 무거워 더 빨리 지치는 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단점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열등감 덩어리는 뒤처지면 안 되므로 장시간 앉아 공부하려고 발악했다. 앉아 있으면 숨이 잘 안 쉬어지니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으려고 자리에서 계속 움직였고, 졸리면 산책을 갔다 오는 등 쉬어야 했을 시간을 공부하는데 썼다.
아 그렇게 아파도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았냐고? 푸흡 그랬겠나. 당연히 멍청이가 된 머리에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처럼 제자리인 게 당연했을 것이다.
오히려 시험을 5일 동안 친 기간을 기점으로 바닥이었던 체력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 상태는 극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학교 축제가 열렸는데도 구경은커녕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런데 몸이 아픈 것보다, 노력했는데 세상이 날 버리는 고통이 더 아팠다.
이대로는 공부하다가 사람 잡을 것 같아서 질병휴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아, 일반휴학의 신청기간은 이미 지난 후였다. 질병휴학을 하려면 진단서가 심사기준을 넘어야 했는데, 나의 질환은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워 심사 기준을 넘을 수가 없었다. 이걸어째.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는 학교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께 살려달라고 전화했다. 이대로는 죽을 것 같다고,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약사에게 달려가 상담한 엄마는 우선 인데놀 복용을 중단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럼 내 심장은? 마구 뛸 텐데? 정말 중단해도 될까..? 그럼 더 힘들게 사는 거 아닐까?
라고 의심했지만, 어차피 죽을 것 같은 거 한 번 중단해 보지 뭐.
약을 그만 먹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나의 자율신경은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