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품격은 너희의 농담감이다]
7월 27일,
날씨: 햇살보다 내가 더 눈부심
오늘은 이상하게 자존감이 과도하게 부풀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세수하다가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혼잣말이 툭, 튀어나왔을 뿐이다.
“야!!!너 뭐야. 진짜....이 정도면.....
인간계에 머물러주는 것도 배려다.”
그게 문제였다.
사람은 생각은 몰라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친구 단톡방에서는.
사건 발생 14:32
나:
“나 진심 그리스 신화에 있었으면
한 몫 했을 것 같지 않냐?”
“지혜롭고 따뜻하고 우아하고,
묘하게 신비로운데 유쾌하기까지....”
“딱 혼종 여신 느낌 아니니?”
조용하던 단톡방이 갑자기 살아났다.
아주 우아하게, 불길이 번졌다.
까임 시작 14:34
친구 1:
“혼종은 맞지. 사람과 허세의 혼종.”
친구 2:
“우아한 건 알겠고.
근데 우리랑 우동 먹을 땐 왜 입에
간장 묻히고 있었냐.”
친구 3:
“미스테리한 건 인정!!!
네가 왜 그런 자신감이 있는지가....
가장 큰 미스터리.”
친구 4:
“그리스 신화에 있었으면
제우스랑 딱이었겠다.
둘 다 서사 과하게 몰입하는 스타일.”
변명의 시간 14:39
나:
“아니 진짜 요즘은 내 존재감이 좀...
신성해졌달까?”
“말끝마다 약간 향기 나는 느낌이랄까...”
친구 1:
“그건 섬유유연제 때문이고.”
친구 2:
“말끝마다 나는 건 향이 아니라
과한 자기애.”
친구 3:
“너는 우리한테 보물은 맞는데,
신화는 네 마음속에서만 쓰자.”
결론: 15:05
자존감은,
단톡방에서 꺼내는 순간
모두가 돌려 까는 공용 콘텐츠가 된다.
그리스 신화 혼종 여신도
친구들 앞에선 그냥
‘간장 묻히고 튀김가루 살짝 붙은 인간 친구’
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그 와중에도 내가 당당하고 우아하며,
지적이고 신비로운 혼종 여신이라는 걸.
오늘도 까였지만,
내일도 미소 지으며
다음 생에도 혼종 여신으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사랑하며.
혹시....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브런치 알고리즘용 캐릭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