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21
같이 있을 때는
그저 그런 순간들이었다.
말은 조금 많았고
침묵은 가끔 어색했고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설렘 같은 건 오래전에 지나간 것 같았다.
그래서 헤어질 때도
울지 않았다.
대단한 각오도 비극적인 장면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문득 보고 싶어졌다.
그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던
나의 온도가.
ㅡ
함께 있을 땐 몰랐던 것들이
떨어지고 나서야
조용히 떠올랐다.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누던 안부,
별것 아닌 말에 웃던 순간,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았던
그 느슨한 마음.
헤어지고 나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기억의 분위기로 남는다.
불편했던 장면들은 흐려지고
따뜻했던 감정만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
ㅡ
그래서
보고 싶은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곁에서
조금 덜 외로웠던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보고 싶다는 마음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여운이 남아 있다는 신호일 뿐.
관계는 끝났는데
감정은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그래서
헤어지고 나면
보고 싶어진다.
사랑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 시간 속의 내가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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