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 거울을 보며 머리를 넘기다가 흰머리를 발견했다. 흰머리가 보이면 새치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때와 달리 요즘에는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 실감 나서 괜스레 마음이 내려앉는다. 대충 몇 번 뽑는 행동을 취하다 안 뽑히면 다음에 뽑지 하고 포기하곤 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뽑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거울 뒤에 숨은 핀셋을 찾아들었다.
흰머리를 뽑는 데에도 집요함이 필요했다. 뽑아내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인지했다 해도 그곳을 향한 헛 핀셋질을 대여섯 번 한 뒤에야 흰머리가 핀셋에 잡혔다. 잡혔다고 바로 뽑히지도 않는 것이 다음에는 힘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힘이 부족하면 뽑히지도 않고 구부러지기만 하거니와, 머리카락이 중간에서 톡 잘려서 뽑기가 더 어렵게 된다.
흰 머리카락 하나를 뽑느라 검은 머리카락 세 개가 희생됐다. 오늘은 꼭 뽑겠다는 간절함으로 뽑아내긴 했으나 거기에 들인 시간과 집중력, 다른 머리카락의 희생을 생각하면 흰머리 하나 뽑는 것에도 그냥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해 보이면 일이 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간절함이야말로 뭔가를 이루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을가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