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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Nov 15. 2024

흰머리와 간절함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

출근 전에 거울을 보며 머리를 넘기다가 흰머리를 발견했다. 흰머리가 보이면 새치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때와 달리 요즘에는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 실감 나서 괜스레 마음이 내려앉는다. 대충 몇 번 뽑는 행동을 취하다 안 뽑히면 다음에 뽑지 하고 포기하곤 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뽑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거울 뒤에 숨은 핀셋을 찾아들었다.


흰머리를 뽑는 데에도 집요함이 필요했다. 뽑아내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인지했다 해도 그곳을 향한 헛 핀셋질을 대여섯 번 한 뒤에야 흰머리가 핀셋에 잡혔다. 잡혔다고 바로 뽑히지도 않는 것이 다음에는 힘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힘이 부족하면 뽑히지도 않고 구부러지기만 하거니와, 머리카락이 중간에서 톡 잘려서 뽑기가 더 어렵게 된다.


흰 머리카락 하나를 뽑느라 검은 머리카락 세 개가 희생됐다. 오늘은 꼭 뽑겠다는 간절함으로 뽑아내긴 했으나 거기에 들인 시간과 집중력, 다른 머리카락의 희생을 생각하면 흰머리 하나 뽑는 것에도 그냥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해 보이면 일이 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간절함이야말로 뭔가를 이루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보다는 '하나를 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아마 오늘 보인 흰머리는 내 안에 그런 마음이 깃들게 하려는

우주로부터의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뭐가 간절할까?

당신은 무엇에 간절한가?


간절함이 있다면 당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Space Oddity - David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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