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제자가 되기 위하여 2

2차 논술

문제 : 다음 중 하나를 택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시오.

1. 운동과 정지

2. 완전과 불완전

3. 고통

4. 안정과 불안정

아래는 내가 제출한 글이다.


불안정을 자초할 수 있는가? 나를 휘휘 저어놓을 수 있는가? 익숙한 나를 부정하는 불안정한 에너지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가?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가수 중에 이예진이라는 가수가 있다. 고 3 때 유튜브에 올린 아델 커버곡이 이슈가 돼서 미국의 간판 토크쇼인 엘렌쇼에 나가게 된다. 한국인으로는 싸이 이후로 두 번째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가수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기가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를 실험하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파리로 가서 종합예술을 전공한다. 그리고 2년 동안 노래를 잊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 유명해진 자신의 철저한 부정이었다. 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스스로를 지켜보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가정 분위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그것과 많이 달라 보인다. 이념을 설정해놓고 쫓아가는 대신 진짜 자기 모습을 찾는 것을 중심에 놓는다. 그녀는 엘렌쇼에 출연했을 때 한국인들의 반응을 기억했다.

부정적인 댓글들은 그녀를 한국의 대표로 설정해놓고 그녀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이념의 허수아비로 전락해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한국인들은 자기로 존재하는 것에 약하다. 안정을 추구하느라 자기로 존재하는 불안함을 감당하지 못한다. 판단 기준이 자기가 아니라 외부에서 좋다고 하는 무엇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남들이 박수쳐주는 자신의 노래 실력을 과감히 내려놓고 진짜 자신을 만나러 파리로 떠났다.

그렇게 2년 후 자기 안에 있는 확실한 가수의 욕망을 확인하고 돌아와 가수가 되었다. 그녀가 가수가 된 건 남들이 좋아해 줘서가 아니다. 바로 그녀 자신이 그것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긴 인생을 살고 있다.


꿈을 꿀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시선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과연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은 성공해야 하는 게 아니다. 꿈은 모험하고 탐험하고 상상하고 시도하고 궁금해해야 하는 것이다. 꿈은 아직 있지 않은 색깔로 그리는 그림이다. 감각으로 느낄 수 없다. 내 욕망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게 꿈의 성격이다.

"남들이 반대하는 건 하나도 안 무서워. 정말 무서운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거지."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치매환자로 나오는 배우 박인환이 했던 말이다. 문득 내 모습이 보이는데 뭔가 이상하다. 지금껏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면서 남들이 반대하는 것만 무서워하고 있었다. 반대를 당할 게 두려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내가 더 관대해지고 있는가? 내가 더 여유로워지고 있는가? 내가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내가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가? 내가 더 튼튼해지고 있는가? 내가 더 명석해지고 있는가? 내가 더 용감해지고 있는가? 내가 더 자비로워지고 있는가?

내가 이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선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흐릿할수록 나는 더 쪼잔해지고 폭력적이 되고 자잘해지고 멍해지고 불안해지고 약해지고 이기적이 되고 가난해진다.

올바른 것은 어떤 한 가지, 어떤 한 사람,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어떤 실체가 아니다. 이런 것에 마음을 집중하면 잃게 된다. 에너지가 막히고 정신이 희미해진다. 실망하고 용기를 잃게 된다. 애초에 착각과 오해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길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한 가지 실체가 아니다. 마음을 둬야 할 곳은 느리고 지속적인 관계다.

매일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지만 계절은 예측할 수 있다. 멀더라도 확실한 미래를 보며 불안정한 상태 속으로 과감히 돌진해야 한다.

불안정함 속으로 들어가야 내가 선명해지고, 내가 선명해져야 내 삶을 살 수 있고, 내 삶을 살아야 시대의 문제를 발견하고 과감하게 덤빌 수 있다. 동물원의 호랑이보다 밀림 속의 호랑이가 훨씬 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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