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열등감이 있었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거였다. 어떻게 하면 머리가 팽팽 돌아가며 남들처럼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었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천재들을 동경해왔다.
생각의 면에서 나는 상반된 두 가지를 경험하고 있었다. 깊고 생산적인 생각은 전혀 못하는 반면에 의식 수준이 낮은 잡생각은 끊임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쓸데없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잡념을 잘라버리고 깊고 맑고 정리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그 비밀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그 비밀은 바로 손을 쓰는 것이었다. 나의 부모님이나 자녀들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부모님은 복숭아 농사를 지으신다. 과수원은 부모님에게 놀이터라고 늘상 말씀하신다.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축 늘어지는데 밭에만 가면 눈이 떠지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신다. 생각의 층이 달라지는 것이다. 밭에 가면 하는 일이 바로 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적과를 하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제거해주고 잘 익은 복숭아를 따서 상자에 담아 파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손을 써서 생산적인 생각을 하는 작업이다.
나에게는 5살 3살의 두 아이가 있다. 둘에게는 아직 잡념의 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맑은 생각을 하길 좋아하는데 그럴 때 쓰는 것이 손이다. 아이들은 손으로 생각한다. 그냥 듣고 보고 생각하는 건 그들의 스타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만지고 본다. 그들에겐 손이 뇌다.
책 쓰기는 손으로 하는 사유다. 무엇을 쓸지 모르겠다면 일단 펜을 들거나 노트북을 켜라. 손이 움직일 준비가 되면 생각도 나타날 태세를 갖춘 것이다. 손이 받아 쓸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생각이 나타난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생각들을 손으로 흘려보내기만 한다. 여기에 책 쓰기의 신비가 있다.
책을 쓰면 생각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커진다. 책 쓰기를 통해 생각의 물꼬를 트고 생각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