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의 공생에 대한 에서이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었다. 책을 완독 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과제인데, 이 책은 잘 읽힌다. 아마도 기자로서의 그의 글발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인용]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쓴 것이기 때문일 거다. 인용문이 많으면 글에 지방이 낀다. 이 글은, 다른 책을 인용해 쓰더라도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발견한 자기 생각을 쓰기 때문에 글이 간결하다. 사람 잘 안 만나는 저자가 풍부한 글을 쓰게 된 것에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며 그 저자와 대화하는 법(어쩌면 그게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일 거다)을 잘 써먹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책은 저자의 [독서일기] 같은 성격도 가진다. 책 중간중간 자신이 그 대목에서 영향을 받은 책과 저자를 잘 인용해 두고 있다.
저자의 생각은 단순하다. 진짜 자기 욕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진짜 자기 욕망보다는, 주류적인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올라야 할 '지위'로서의 욕망에 가려져 있는 자기 욕망 말이다. 승진. 33평방미터짜리 서울의 집, 벤츠 e300 4Matic, 샤넬백... 뭐 그런 것들 말고, 주민등록증을 떼고 만나는 자기 뱃속에 있는 진짜 욕망 말이다. 그걸 알기 위해서 덜어내야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저자는 나름대로 '끝까지'가본다.
그렇다고 저자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다. 뭐, 우선 저자의 사는 모습 자체가 나름의 극단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어느 정도 불편함을 주는 면은 있지만, 저자는 자기가 옳다고 강박하지 않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미국의 태극기부대(트럼프 지지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해하는 것도 그런 저자의 태도 때문일 거다.
그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들을 지나, 다다른 결론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저랬겠구나 싶은 면과 유사한 것이 많다.(부처의 삶과 초기 말씀에 대해 입문서를 원하시는 분은 일본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의 [붓다(전 10권)]을 보시길 - 그런 입문서를 본 다음에 접하는 불교의 여러 얘기들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여유를 준다)
아내가 저러고 사는데, 남편은 과연 어떻게 곁에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그 남편을 검색해 보니, 그가 먼저 써낸 책이 있었다. [40세에 은퇴하다]였는데, 이것도 헌책으로 모셔왔다.
윤석열의 탄핵으로 시끄러운 세밑에, 정작 중요한 얘기들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25년에는 공론의 자리에서, 필요하지만 논의되지 않고 회피되어 왔던, [오래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