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의 교무실은 작지만 복잡한 세계다. 이곳에서는 권력이 곧 질서다.
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고, 빽 있는 사람만이 편하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안다.
그렇다고 사립학교의 권력에 맞서 싸울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자신도, 용기도 없다. 그저 버티며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왔을 뿐이다.
빌런은 언제나 존재했고, 그들은 여전히 교묘하게, 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지켜왔다.
나는 그들 속에서 오래 버텼다.
이해하려 했고, 맞서보려 했고, 결국엔 그저 살아내기로 했다.
권력은 강했다. 결재 도장은 힘 위에 찍혔고, 평가는 관계 속에서 결정됐다. 열정은 종종 조롱당했고, 노력은 때때로 이용당했다.
그럼에도, 나는 출근을 멈추지 않았다.
아침마다 힘겹게 눈을 뜨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행복을 느꼈다.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단순하다.
나와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한숨을 쉬고, 작은 농담하나에도 웃을 줄 아는 사람들. 서로의 피로를 알아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일할 맛이 났다. 그들이 있어, 버텨볼 만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 아이들 때문이다.
그 어떤 피로한 하루도 학생들의 웃음 하나면 조금은 풀렸다. 힘들었던 일도, 억울했던 일도 그 웃음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냈다.
빌런은 오늘도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내일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빌런은 어디에나 있다.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나는 어딜 가도 질 것이다.
그래서 다짐한다.
빌런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그들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그쪽에 마음을 쏟을 시간에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쏟자.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 동료의 허물을 말로 쏘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허물을 품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비난 대신 위로를, 무관심 대신 마음을 건네는 어른으로 남자.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지금은 그저 너희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넘어지면 잠시 쉬어가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게 인생이고, 그게 배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걸 알려주는 일, 그리고 그게 헛되지 않게 매일을 살아내는 일이다.
오늘도 학교는 어제와 다르지 않다. 복도엔 익숙한 소음이, 교무실엔 같은 공기가 흐른다.
하지만 창밖은 다르다. 며칠째 내리던 비가 그쳤다. 구름이 걷히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햇살이 운동장 위로 부서지듯 번졌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
오랜만에 비 갠 맑은 하늘을 보았다. 그 하늘 아래에서, 나는 다시 교사로, 사람으로, 살아내기로 했다.
“빌런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빌런보다 무서운 건 내 안의 냉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