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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Mar 29. 2022

유능한 점장 출신과 창업하면 망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초보 사업가들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고수 사업가분들은 얼마든지 점장 출신들을 영입해서 돈을 무지하게 벌고 윈윈하는 상황이 정말 많죠. 

제 이야기는 항상 초보들을 위한 채널이니 혹여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간혹 초보자, 일반인들이 보면 엄청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핫플레이스에서 되게 이쁘고 멋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카리스마 있게 서서 직원들 진두지휘하고 주방도 잘 파악하고 매출을 한 달에 수천만 원 몇 억을 찍었다는 이야길 들으면 일단 멋있잖아요? 

인스타만 봐도 유명한 곳에서 말끔한 슈트에 칼잡고 있으면 멋있고, 여자들도 완전 프로처럼 보이니까 막 팔로워하고 마치 탑 클래스인 것처럼 보이죠.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런 분들을 보게 되면 일단 엄청 멋있고 마치 저 사람만 있으면 창업하는 건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면 그 과거 스펙에 현재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고 직접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든든하단 말이에요. 이력서 보면 참 화려합니다. 

그 이력서를 보면서 "아 거기서도 일하셨어요? 아 여기서도 일하셨고, 어떤 자격증까지 있으시구나"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스토리들을 들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돈이 좀 많은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영입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돈이 좀 부족한 사람은 같이 하자고 동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게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점장 출신들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점장 일을 해봤기 때문에 점장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일단 굉장히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고 함께 하는 직원들을 다루는 스킬도 좋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합리적이지만 반대로 도전과 모험에는 생소하죠. 

비합리적이고 불규칙성과 미지의 분야가 어색합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이미 비합리성과 시행착오를 겪은 장소에서는 발휘되는 실력이 0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재앙일 수 있습니다.


본인들도 스스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보다 많이 해봤을 겁니다.


근데 창업이라는 건 할 게 많아요.


그리고 그 창업을 시작할 엄두가 안 납니다. 

왜냐면 다시 0부터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이게 엄두가 안 나거든요. 그리고 돈도 없어요. 

기껏해야 여태 월급 받고 살았는데 아무리 연봉이 높다고 돈이 어딨어요? 

한두 푼도 아니고요. 보이는 화려함과 스펙에 비해서 통장 까보면 참 답답하죠.


이미 창업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곳들을 보고 평가할 수 있는 평론가는 될 수 있을지언정 0부터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건 무리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만일에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내가 운영하는 규모보다는 훨씬 작은 공간이나 보잘것없는 곳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하는 것만이 최선일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여태껏 쌓아온 나의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나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도 오는 겁니다. 체면에 금이 가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원대한 꿈을 안고 나름의 꼬심을 당해서 창업 멤버로 시작했다가, 스타트업 사업가와 명성 있는 점장 출신 동업자가 싸우다가 파국을 맞는 경우들 이 창업 세계에서는 너무 많죠.


예전 마윈이 알리바바로 사업을 확장할 때, 이베이가 중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바다의 상어는 양쯔강의 악어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베이를 발라버렸죠.


점장 출신 동업자는 바다라는 환경에서 맹위를 떨쳤던 거지, 갑자기 양쯔강 계곡물에 가져다 놓으면 그게 실력 발휘가 됩니까?


점장 출신 동업자는 처음 자기가 생각했던 환경이 아니고 노력을 하는데 합리적인 노력의 대가인 급여도 별로고 처음에는 그렇게 크게 보였던 지분도 별 미련이 없어지고 그동안 잘 살고 있었는데 저 사람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 나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런 개인적인 고뇌가 있을 겁니다. 

그 사이 이 볼품없는 내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서 또 다른 내가 빛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입사원서들을 집어넣겠죠.


또 반대로 투자금도 적고 돈 몇 푼 가지고  전문가를 영입해서 지분 주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창업을 덜컥 한 이 초보 사업가는 뚜껑을 열어보니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뭔가 큰 계획이 있을 거고 뭔가 보여줄 것처럼 보여서 처음에는 마치 쿨한 고수 사업가처럼 전권을 맡기느니 이런 말도 하겠지만 결국 알게 되죠.


아무것도 나아가는 게 없다는 걸 말이죠.


점장 출신은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열심히 할 게 없는 게 답답한 거고, 사장은 왜 그 레스토랑에서 하던 것처럼 못하는 거야? 이런 동상이몽에서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불신이 생기고 사장은 본인 돈 안 들어가서 저렇게 무책임한가 이러면서 혀를 끌끌 차고 점장 출신은 본인이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게 부담이 되면서 찢어지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어디 나가더라도 다 잘하는데도 선진국보다 항상 한발 늦고 하청 업체가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열심히 할 것만 있으면 잘하거든요.

수학 올림피아드 나가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1등 하고 얼마 전까지 불모지라고 불렸던 골프도 이젠 미국 본토에서도 최고 실력을 발휘하고 한국 인재들 모셔가려고 하는 외국계 기업도 많죠.


바로 임무 수행 능력이 정말 좋단 말이죠.

근데 반대로 과제 설정 능력이 부족합니다.


모범생은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잘 책임감 있게 해와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모범생이라고 하죠.

근데 그 모범생 보고 내일부터 문제를 출제해라 이래버리면 멘붕이 오는 거죠.


바로 임무수행능력이 좋은 사람을 보고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서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까지 원한 초보 사업가의 패착인 거고 내가 임무수행능력이 좋고 그 과정들을 아니까 나에게도 권한과 자금이 있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따뜻한 환경에서 전의를 불태웠던 점장 출신 동업자의 착각이었던 겁니다.


저는 매달 평균 4건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상담을 하고 그 초보 창업자들을 데리고 0부터 창업을 시키는 일을 하는데, 본인이 초보라고 오는 사람들 중에는 20년 동안 10개 이상의 아이템으로 장사를 해 온 사람도 있고 수요미식회 출연한 장인들도 있고 40년을 한 곳만 파고 살던 꾼도 있습니다.


근데 그 사람들도 압니다.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말이죠.


이게 새로운 과제를 설정해야 하는 일이고, 그 과제가 맞는지 안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알면 알수록 더 혼자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겁니다.

'내 생각이 맞는 건가?' 이거부터 걸리니까 오는 겁니다.


저 역시 그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있죠.


"제가 당신보다 안다고 제가 다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떻게 합니까? 내가 과제를 설정해도 팀이 없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창플지기는 신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있는 걸 얘기하는 것과 직접 몸으로 실행하는 것과는 다른 겁니다.


머릿속에 해야 할 것들 중에 점장이 발휘할 시간은 아직 멀었고, 창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죠.


목표, 본질, 전략, 입지, 예산 등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매 과정마다 처음 생각과 달라지는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하며 브랜딩, 설계, 디자인, 메뉴, 맛, 그릇, 간판, 가구, 주방, 집기류, 인터넷, 포스, 세무, 노무, 사진, 영상 스토리, 마케팅을 하고 마케팅도 마케팅할 게 있어야 마케팅이 되는 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책임져야 할 것들 티 안 나고 해야 할 것들을 넘쳐나고 그 모든 것을 외롭게 하나하나 해나가야죠.

그렇게 해놔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새롭게 과제 설정하고 그것의 반복.


그것까지 다 된 다음부터가 점장이 할 일인 겁니다.


얼추 다 깔아놓은 상태에서 경험 많은 점장이 하나씩 지적하면서 잡아가고, 조금씩 수정하는 그런 식은 됩니다. 그렇게 임무를 주면 아주 잘할 거예요.


하지만, 0부터 그 사람이 다 한다고?


저 역시 점장 출신이기 때문에 점장일 때 그 건방졌던 마음을 압니다. 


마치 사장하고 대등하게 얘기하니까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내가 알려주니까 같은 급인 줄 알고, 또 일 잘하니까 존중받고 그러다 보니까 마치 내가 없으면 이 가게는 어떻게 될 것 같고, 내가 한 노력에 비해서 저평가되고 대우가 별로라는 생각도 들고, 나름 원대하게 본인을 과대평가하고 '지금은 경험 쌓는 거고 나중에 내 사업해야지' 이런 식으로 철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이게 문제가 뭐냐면 이 작은 장소에 있음에도 거기에선 권력자다 보니까 이게 별것도 아닌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소도 잘 안 지게 되고 근엄해지게 되고 꼰대까지 됩니다.


초보 사업가일수록 자기가 잘 모르니까 전문가를 영입하면 될 것 같고, 돈도 별로 없으니까 아무 의미 없는 지분 들먹거리며 수익을 셰어한다는 그런 이상한 생각으로 사람을 꼬시고 마치 대단한 사업가인 것처럼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잘못입니다.

그건 패기, 쿨한 것도 아니고 상생이니 욕심을 버린다든지 하는 아름다운 것도 아닙니다.

그냥 초보인 거예요.


파트별 전문가를 화학적 결합으로 모아 놓고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진짜 자기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확실히 과제를 설정해서 확실하게 시킬 것들을 완수할 수 있는가부터 확인하고, 영입을 하든지 동업을 하든지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점장님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이룬 스펙과 클래스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당분간은요.


당분간이 중요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나를 직시하고, 내려와서 10평짜리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가야 합니다. 무슨 직행 티켓처럼 돈 좀 있고 나를 좀 알아봐 주는 사람이 동업하자, 함께 하자 이런 접근은 그냥 넘기시고 내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과제 설정해서 내 과제를 내가 풀어내는 연습들을 충분히 하고 사업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이 지나면 그전에 이뤘던 스펙과 경험은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시점에서는 아마 겉으로는 엄청 초라해지는 시작이겠지만, 초라함이 바로 실제 내 모습이라 생각하고 더 늦기 전에 밑으로 빨리 내려가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창업을 할 필요는 없어요. 내 인생의 가치는 다 다른 거니까요.

그럴 때는 그저 내 갈 길은 평생 점장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인정하는 남의 밑에서 충성을 다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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