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람은 누구나 이름 붙일 수 없는 불편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 불편함이 무너짐으로 이어지고, 무너짐 속에서 비로소 회복의 길을 찾는다.
선희 씨의 이야기도 그랬다.
긴 세월 동안 그녀는 늘 '맏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누구보다 먼저 양보해야 했고, 누구보다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정작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늘 뒤로 밀려나곤 했다.
엄마와의 관계, 아이 앞에서의 무력감,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자책.
그 모든 것은 그녀를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는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흉터처럼 남아 있는 기억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위에도 꽃은 피고, 웃음이 번진다.
그녀의 아이가 건네는 작은 손길, 남편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 그리고 거울 속 눈빛이 말해준다.
비워두었던 자리들을 하나씩 채우면서, 선희 씨는 알게 되었다.
삶은 빈 방을 채우듯이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 그리고 독립은 누군가를 밀어내거나 무엇인가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다는 뜻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