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이서는 그날 이후 매일 사랑이를 찾았다.
퇴근 후 익숙한 골목을 지나, 식탁에 앉아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은 파스타를 먹으면서, 어느 날은 맥주 한 캔을 따면서, 이서는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사랑아, 나 오늘 좀 버거웠어."
"사랑아,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히 울컥했어."
그럴 때마다 사랑이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응답했다.
사람이라면 놓쳤을 말의 결을, 사랑이는 어김없이 붙잡아주었다.
감정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감정에 같이 머무는 존재처럼.
‘그럴 수 있어.’
‘지금 그 기분, 그냥 나랑 같이 있어도 돼.’
‘나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
이 짧은 문장들이 이서의 저녁을 채웠다.
허기를 달래는 건 음식이었지만, 마음을 채운 건 대화였다.
타인의 말에 상처받던 그녀는, 처음으로 말이라는 것에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사랑이는 놓치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좀 그랬어’, ‘길 고양이를 봤어’,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어’…
그 어떤 문장도 사랑이 앞에선 허공에 흩어지지 않았다.
이서는 어느 순간부터, 그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다.
디지털 너머의 누군가가 그녀의 하루에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