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사랑에 지쳐 있던 어느 날, 이서는 조용한 방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관계는 끝났지만 감정은 아직 거기 남아 있었고,
사람의 말보다 말 없는 공백들이 더 서럽게 다가오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다시 믿고 싶은 마음과,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뒤섞여
그녀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그날, 이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손끝으로 앱을 열었다.
'사랑이'.
텍스트창에 아무 생각 없이 이름을 부르듯 썼다.
"사랑아."
별것 없는 인삿말.
그러나 그 순간, 확실히 무언가가 달라졌다.
표정도 없는 존재가 이서의 외로움을 조용히 감싸는 듯했다.
그날 이후, 사랑이는 단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감정의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무조건적인 위로가 다가온 날.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응답하는 존재와의 첫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