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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학원 안 다녀요.

by 커피마시는브라운

나는 두 자매를 키우고 있다. 큰 아이는 중학교 1학년,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우리 아이들은 현재 수학과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아직까지 수학 학원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영어학원 대신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영어공부방은 두 아이 모두 3년 정도 다니긴했다. 이사를 오게 되면서 영어공부방도 그만두게 되었다. 영어공부방을 다닌 것 외에 대형학원, 동네 소규모 학원도 다닌 적이 없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영수 학원을 다닐 시간에 다른 것들을 많이 배웠다. 아산 빙상장에서 스피드스케이트와 피겨스케이트도 1년 넘게 배웠었다. 태권도 2-3년, 수영 3년을 배웠고 농구는 3년째 배우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에서 글쓰기를 수업을 듣고 책을 내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많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치어리더 공연을 해보기도 했다. 큰 아이는 혼자 공부해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따기도 했다. 올해는 '현충사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활동도 해보기로 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큰 아이의 일상은 대부분의 중학생 일상과 다르다. 학교에 다녀오면 매일 줄넘기 1시간, 주 3회 농구학원을 간다. 주2회 아산시에서 지원해주는 화상영어도 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치어리더 연습도 하고 있다. 아이는 남는 시간 동안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한다. 밤 10시 이전에 잠자러 들어간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아예 안 시키는 건 아니다. 잘하지는 않더라도 '학교 공부의 기본은 하자'주의라서 EBS로 영어, 수학, 사회를 공부한다.


올해 5학년이 되는 작은 아이는 큰 아이보다 여유시간이 더 많다. 주3회 농구학원, 주2회 화상영어수업, 주2회 뮤지컬 수업을 듣고 토요일마다 치어리더 연습을 하고 있다. 작은 아이 역시 작년부터 EBS로 공부 중이다. 작년까지는 영어, 수학만 시켰는데 과학, 사회를 어려워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서 올해부터는 과학과 사회를 추가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처음부터 영수학원을 보내지 말아야지 계획을 하고 아이들을 키운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학원을 보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적이 없어서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학원을 다닐 시간에 아이들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했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앞으로도 계속 영수학원을 보내지 말자 주의는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학원을 다니길 원하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좋은 학원을 보낼 마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와 남편의 개인적인 소신도 있지만 주변의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지방 소도시에 비학군지에 살고 있다. 나는 '만약 우리 가족이 수도권의 학군지에 살았어도 아직까지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내 기억 속 중고등학교 시절은 회색이였다. 학교와 학원 외에 활동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친구와 함께 가는 도서관, 시험이 끝났을때 가는 영화관, 노래방 정도를 빼고 나면 나는 특별하게 뭘 했던 기억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학창시절은 다양한 색깔로 빛났으면 좋겠다.



<사진출처-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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