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등을 맞댄 결핍 둘

by SEUNGMIN


최근 OTT에 올라온 <대도시의 사랑법>을 다시 보게 되어 감상을 적어보려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했습니다. 부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무한감사를 드리며, 공감을 나눌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스포주의##



게이 흥수와 미친년 재희는 같은 학교 불문학과 새내기입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지내는 흥수와는 다르게 차림새부터 제스처까지 관심집중 대상인 재희는 흥수와 정반대의 성격이죠. 어느 날 우연히 이태원에서 마주한 둘, 반갑게 인사하는 재희와는 반대로 날카롭게 반응하는 흥수는 아웃팅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흥수의 생각과는 달리 선입견 없던 재희는 오히려 아웃팅의 위험으로부터 흥수를 도와주는데 이를 기점으로 둘은 단짝이 되죠. 스물에서 서른셋, 대도시를 살아가는 그들의 독특한 사랑의 형태를 그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흥수와 재희가 만나 함께 겪는 성장통을 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게이와 미친년이 만나 보여주는 청춘의 삶과 소수를 향한 따가운 사회적 시선 안에서 성장하는 그들을 보는 게 영화의 핵심이죠. 영화 속에서 흥수와 재희는 서로의 결핍을 본능적으로 알아보며 악착같이 서로를 지킵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등을 맡긴 전우처럼 말이죠. 운명처럼 느껴지는 둘,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영혼의 단짝으로 발전하며 이 시대의 청춘이 겪을만한 모든 것을 함께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술과 클럽을 반복하며 애니멀라이프를 즐기던 어느 날 재희의 자취방에 속옷 도둑이 드는데 재희는 애써 쿨한 척해보지만 이십 대 초반, 그것도 여자 혼자서 사는 게 두렵죠. 재희는 "룸메이트 계약서"에 몇 가지 규칙을 적은 뒤 립스틱 지장을 찍고 흥수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일주일의 한 번 같이 밥 먹기" 등 계약서 내용이 귀엽습니다. "남녀 동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뻔하기에 필요에 따라 흥수는 "같이 사는 여자애 지은"이가 되고, 재희는 "흥수의 친누나 흥자"가 되어 서로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며 삶을 지켜나갑니다.



완벽한 동거를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서운함이 사무치는 날이면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생활패턴과 습관을 이유삼아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악착같이 아끼는 본질은 벗어나지 않습니다. 나는 되지만 남이 상처 입히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보이죠. 서로의 우정이 돋보입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나 또는 우리 주변 누군가의 청춘을 잘 묘사합니다. 지독한 술을 동반한 이십 대 초반과 그 이후 맞이할 군 입대, 취업과 결혼 등 흔히 볼 수 있는 수순들을 재희와 흥수가 따라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아픔을 겪고 성장하는 그들을 보면 그 모습이 내가 아니더라도 내가 상상했던 어떤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몰입하게 되죠.



<대도시의 사랑법>을 처음 볼 때에는 흥수와 재희 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흥수라고 느꼈습니다. 재희가 수 차례 흥수의 인생에 난입했기 때문이죠. 버스를 가로막으며 등장하거나, 이태원 골목에서 흥수의 등을 두드리거나, 라이터를 건네며 위기를 도운 것 모두 흥수의 시점에서 재희의 등장이었고 이로 인해 흥수는 재희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흥수는 어두움이 짙은 캐릭터로 보입니다. 손목의 자살흉터와 밤마다 동성애 치료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를 보면 흥수가 처한 환경과 결핍의 정도가 이해되는데, 재희의 존재가 이런 흥수의 어두운 결핍을 치유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재희는 흥수에게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보호 필름 떼고 하는 거야, 사랑은"이라며 깊은 연애를 하지 못하는 흥수에게 일침을 가하죠. 이렇듯 재희는 흥수의 어두운 부분을 밝게 비춰주는 존재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직장 상사와 결혼하게 된 재희는 흥수보다 먼저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삿짐을 챙기며 남자친구와 통화하는 재희를 바라보는 흥수의 눈에는 고마움과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죠. 흥수의 시점에서 해맑게 웃는 재희는 그저 빛이 납니다. 재희가 떠난 재희의 집, 그곳에 여전히 흥수가 남아 있습니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흥수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드라마의 내용은 온전히 흥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개인적으로 영화가 더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수와 재희의 매력이 영화에서 더 돋보이는 듯합니다. 영화가 재밌는 만큼 소설도 너무 궁금해지는데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첫 영화 리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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