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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Jul 23. 2024

그 동안 하지 않았던 발레 이야기

일반인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신체 부위를 발레에서는 집착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발등"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발등이 아치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등에서 빚어지는 곡선이 있다고 해서 "좋은 발등", "예쁜 발등"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발레에서는 "발등의 아치(고)"가 많이 나올수록 "예쁘고 좋은 발등을 가졌다"고 말한다. 즉 발레하는 사람들의 발등의 고가 둥글게 아치를 이루면서 잘 빚어질수록 그 수려한 선이 다리로 연결이 되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하니 발등의 아치가 잘 나오는지 이래저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발레리나가 발등에 집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발등의 아치가 둥글게 잘 나올수록 토슈즈를 신고 섰을 때 균형을 잘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토슈즈를 신고 발등을 밀어 올려서 서는 순간 전신에 힘이 들어가면서 긴장감이 드는데 이 때 토슈즈 끝의 플랫폼 부분이 바닥에 잘 닿아야 균형을 잘 잡을 수가 있다. 그래서 아치가 거의 나오지 않아 평평하고 밋밋한 발등은 아무래도 토슈즈를 신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전공생들이 아치를 이루는 발등을 만들기 위해 고문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훈련을 받는다. '고스틱 포인기'라는 기구를 사용해 발등의 아치를 만드는 고통을 감수할 만큼 발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인내하면서 훈련된 발을 만드니 발레 애호가로서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발레리나들의 발등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발등의 둥근 곡선 역시 발레 무용수들의 몸에 새겨진 근육만큼이나 많은 말들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발등에도 유난히 좋은 발등을 가지고 태어난 발레리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사라 램 등이 있는데, 훈련을 통해서 얻은 부분도 있지만 발레를 하기에 최적의 발등을 타고난 발레리나들이다.

https://youtu.be/YsMCrfoPCPg?si=ph_1adJvZYWrG6l6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발등의 고(아치)


일반인들은 팔자걸음을 컴플렉스로 여긴다. 또는 습관적으로 걷거나 자신도 모르는 팔자걸음이 관절건강에 안 좋다는 건강정보들도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걸음걸이이다. 그런데 발레는 팔자걸음을 좋아한다. 아니 오히려 팔자걸음이 우아하다고 말하고 심지어 이 팔자걸음에서 발레 경력까지 본다. 정확히 말하면 일반인들이 걷는 팔자걸음은 무릎부터 바깥쪽으로 돌아가 발의 각도가 15도 이상 벌어진 상태를 말하고, 발레에서 팔자걸음은 고관절부터 바깥쪽으로 돌려서 180도로 만든 '턴아웃'을 말한다. 그 옛날에는 발레도 무릎부터 바깥쪽으로 돌려서 턴아웃을 했지만 해부학이 발달하면서 아예 고관절부터 외전하는 것이 오히려 부상을 덜 당하고 더 아름다운 춤선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뒤부터 오늘날의 턴아웃이 만들어졌다. '턴아웃'으로 걷는 '팔자걸음'에도 이렇게 발레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턴아웃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발레의 모든 동작들을 익히고 인내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발레 꿈나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https://youtu.be/M-Eq-jm3fgY?si=tXmngfMjlsLPCLCQ


일반인들은 대체로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데가 나온 즉 'S'라인의 곡선이 있는 몸매를 아름답다고 여길 듯 하다. 하지만 발레는 오히려 그러한 여성성을 싫어한다. 무용실에서 '바 워크'의 첫 동작인 '플리에'부터가 그러한 여성성을 억제시킨다. 목은 길게 뽑고 어깨는 내리고 견갑골은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뒤로 뽑고 횡경막 호흡을 하면서 등은 길게 쓰되 배는 닫아야 한다. 그리고 엉덩이가 절대로 뒤로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벽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으로 '플리에'라는 기본 동작을 수행하는데, 이때 가슴도 거의 없고 옆에서 봤을때 S라인이 아닌 굴곡이 거의 없는 상태여야 발레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가깝다. 발레는 이렇게 여러 가지로 모순이 가득하다. 일반인들은 신경쓰지 않는 신체부위에 집착하거나 예쁘다 여기지 않는 것을 아름답다고 하니까 말이다.

https://youtu.be/VgpSFR3h8RU?si=TXmYTWRFivodi0Np


모든 동작을 턴아웃으로 수행하는 발레를 가리켜 흔히들 해부학에 도전하는 춤이라고 말한다. 특히 발레의 다양한 교육법들 중의 하나인 바가노바 메소드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메소드보다도 다리를 가장 높이 들어올리고, 귀 옆에까지 다리를 올리거나 상체를 아주 유연하게 뒤로 넘겨야하는 바가노바 메소드는 해부학에 도전하는 발레 교육법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저렇게 할 수 있는 아이들만 발레 학교 입학이 허락이 된다. 바꿔 이야기하면 사실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해부학적으로 거의 없다는 뜻이 된다. 바가노바 메소드로 발레 교육을 하는 한국. 발레 초보일때는 수많은 한숨을 쉬고 좌절을 견뎌내며 인내하면서 발레를 배웠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마음가짐을 바꿨다. 내가 발레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게 태어났을 뿐 해부학적으로는 정상이니 잘하든 못하든 "내가 하는 발레"가 더 즐거워졌다.

https://youtu.be/5ir7PBNyc6k?si=B-xipMPZnEW1V5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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